"학교 다닐 때에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찾아다니지만 졸업 후에는 학생들이 선생님께 인사오지요."
영천에서도 오지인 화남면의 영천전자고등학교(교장 조승호)가 3년째 학생 100% 졸업, 13년 연속 취업률 100%를 기록해 화제다.
이 학교는 특히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은사와 모교를 찾는 졸업생들 발길이 끊이지 않아 학업성적 우수는 물론 인성교육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학교는 뜻이 있는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도 많이 다니지만 대구 또는 경북도내 '문제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한마디로 '외인구단'인 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찾으러 다니는 게 일과가 되다시피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가족사와 친구관계 등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학생을 찾아내 학교로 데려온다. "네 장래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졸업은 하고 보자."고 통사정한다.
이 같은 이력의 영천전자고가 13년 연속 취업률 100%를 차지했다. 10년 연속 졸업생 전원이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3년째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전원 졸업도 시켰다.
영천전자고의 이 같은 성과는 교사와 학생의 1대 1 맨투맨 교육이 적중한 케이스. 교사들은 소위 문제학생으로 지목되거나 경향이 있는 학생에게는 학과시간은 물론, 방과후에도 학생들의 행동반경을 파악해 철저한 지도점검에 나선다.
특히 이 학교에는 '왕따'가 없다. 다 같은 처지이다 보니 왕따보다는 우정이 앞선다.
또 100% 취업의 배경에는 전국 700여 개 실업계 고교 졸업 취업자 가운데 10위 안에 드는 낮은 이직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학창시절과 달리 한 번 취직하면 그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근무하는 게 100% 취업의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명성으로 영천전자고는 지난 IMF 때도 대기업 등에서 취업의뢰가 끊이질 않았다.
요즘 영천전자고에는 졸업생들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교사들도 "학생 때는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아 만날 찾아다니게 하던 놈들이 이제는 너무 많이 찾아와 골치가 아프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들이다.
지난 11일에도 학창시절 '문제아'들이 대거 선생님들을 찾아왔다.
학창시절 학교보다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더 많이 졌던 구민호(98년 졸업) 씨와 홀어머니 아래 소위 '짱'으로 통했던 김동희(98년 졸업) 씨, 누나와 살면서 수차례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이동훈(95년 졸업) 씨, 학창시절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정진영(2004년 졸업) 씨 등이 그 주인공들.
이중 구민호 씨는 졸업 후 영천에서 약재상에 근무하면서 매년 스승의 날이면 직접 한약을 지어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둔 구 씨는 "그때 졸업을 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선생님들의 은혜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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