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오늘 스승의 날을 맞으니 문득 '일자사(一字師)'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나.
'일자사'란 '한 글자를 바로잡아 고쳐준 스승'이라는 뜻으로, 글을 지을 때에 한 글자만 고쳤는데도 글이 아주 생생해지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일자지사(一字之師)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만으로도 사람이 살아가는 훌륭한 방향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중국 당나라 말기에 정곡이라는 시인이 있었단다. 당시 제기(齊己)라는 스님이 '조매(早梅)' 즉 '이르게 핀 매화'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정곡에게 보여주고 가르침을 구하였대.
그 시 가운데 '앞마을에 눈이 깊이 쌓이더니 어젯밤 매화 몇 가지가 피었네(前村深雪裏, 昨夜數枝開)'라는 구절이 있었지. 그러자 정곡은 '몇 가지(數枝)'는 '이르게 핀 매화'와 어울리지 않으니 '한 가지(一枝)'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
정곡의 말대로 하니 '앞마을에 눈이 깊이 쌓이더니 어젯밤 매화 한 가지가 피었네.'라는 구절이 되었지.
제기가 가만히 되뇌어 보며 중얼거렸어.
"과연 그렇군요."
그래서 제기는 자기도 모르게 정곡에게 큰절을 하였대.
이것을 보고, 당시 사람들이 정곡을 '일자사'라고 불렀다는 거야.
또 중국 송나라 때에 명신으로 이름을 떨친 장괴애라는 사람에게 얽힌 이야기도 있어. 어느 날 친구인 소초재가 장괴애의 집에 놀러왔는데, 문득 책상 위에 놓아둔 장괴애의 시를 보게 되었어. 그런데 그 가운데 '홀로 태평무사함을 한탄하노니, 강남의 한가로움이 늙은 상서를 죽이누나(獨恨太平無一事, 江南閑殺老尙書)'라는 구절이 있었대.
"이 사람이 이거 큰일날 구절을 적어놓았군."
조정에서 높은 벼슬을 지내고 있는 장괴애가 태평한 세월을 한탄한다는 것은 곧 반역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소초재는 얼른 '독한태평무일사(獨恨太平無一事)'에서 '한(恨)'자를 '행(幸)'자로 고쳐 '홀로 태평무사함을 다행스러워한다.'라는 뜻이 되게 하였지.
그러자 장괴애는 소초재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고맙네. 그대가 아니었으면 큰 화를 당할 뻔했네. 그대는 나의 일자사일세."라고 하였대.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일자사는 작은 부분이라도 꼭 필요한 부분만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뜻이 되었어. 그러니까 무슨 일에나 정곡(正鵠)을 찔러 부족함을 메워 주는 꼭 필요한 선생님이라는 뜻이지.
어때? 앞으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은 무엇이나 놓쳐서는 안 되겠지?
그리고 이 이야기 중 앞의 이야기는 '당시기사(唐詩紀事)'라는 책에, 그리고 뒤의 이야기는 '시화총구(詩話總龜)'와 '초계어은총화전집(苕溪漁隱叢話前集)'이라는 책에 각각 실려 있대. 이걸 보면 이야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느낄 수 있구나.
왜냐고? 어떤 이야기이든지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니까…….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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