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대구 과학고를 퇴임한 이종원(71) 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전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운동을 하고 강의 준비를 한다. 대구소비자연맹 소속 강사인 그는 파워포인트로 손수 제작한 교재를 들고 학교, 기관 등을 방문해 3시간씩 전자상거래시 주의 사항 등을 가르친다. 주 3, 4일은 강의가 있다. 또 문화해설단원으로 월 1회 문화재 공부를 위해 유적지, 사찰을 돌기도 한다. 2000년 명예퇴직 당시 대구 과학고에 1천만 원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기도 한 그는 적극적인 사회활동에서 보람을 찾아나섰다. 퇴임한 그해 퇴직교사 50여 명과 함께 친목단체 '진우회'를 만들어 향교, 복지관 등에서 공부도 하고 시민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부터는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cafe.daum.net/jinwooh)에 접속해 옛 제자나 동료 교사 등 500여 명의 회원들에게 주 2, 3차례씩 좋은 글을 메일로 보내고 있다. 그는 "교사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반갑다."며 "후배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서도 자부심을 잃지 말고 사회 봉사를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 씨는 15일 교육부로부터 전국에서 4명을 선발한 '제1회 퇴임 으뜸교사상'을 수상했다.
평생을 교직에 바치고 교문을 나선 교사들의 만년 행보가 아름답다.
과잉체벌, 수업태만 등 우울한 소식들로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지만 이들 퇴임 교사들은 봉사와 가르침으로 교직의 정신을 실천하며 사회의 사표가 되고 있다.
이기황(74) 씨는 오전 5시, 집 인근 범어산에 올라 2시간가량 기수련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1998년 대구 중앙경영정보고에서 퇴임했다. "퇴임 후에도 이웃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는 이 씨는 재직 당시 취미삼아 배웠던 기수련을 꾸준히 해 '건강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학교, 노인대학, 복지관, 경로당, 양로원 등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기수련과 건강 강좌를 맡고 있다. 일주일 강의 횟수만 10여 차례. 1999년 70여 명으로 결성된 대구교원자원봉사단의 단장까지 맡고 있다 보니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998년 성광고에서 명예퇴임한 하장수(71) '금빛평생봉사단장'. 그는 2003년 퇴임교원들로 이뤄진 봉사단이 결성되면서 한동안 놓았던 교편을 새로 잡았다. 하 씨는 요즘 효목도서관에서 70, 80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고, 공립 유치원에 나가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지도한다. 한 아동복지시설에서는 한자시험 대비반을 맡고 있다. 100여 명의 봉사단원들 역시 하 씨와 마찬가지로 한자 지도, 청소년 탈선 예방 지도, 풍수지리, 수지침 등 다양한 특기를 통해 나름의 봉사를 하고 있다. 하 단장은 "교사는 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명예로운 직업"이라며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교사로서의 소명을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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