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이 확실히 틀립니다" "이곳 공기는 정말 틀리네요" "그곳과는 스타일이 틀리지요". TV를 켜면 열에 아홉은 '다르다'는 말을 '틀리다'고 표현한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시골 아낙네고 소식을 전하는 리포터고 똑 같다. TV자막은 부지런히 '틀리다'를 '다르다'라고 바로잡지만 학습효과는 그때뿐이다. 또 그 말투다. 다름은 틀림이라는 뿌리깊은 마음의 습성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치나 존재로 여기지 않고, 다름은 부당하고 비정상이라 간주하는 빗나간 인식인 것이다.
다름을 인정 않는 우리사회의 폐쇄성을 순혈주의 맹신에서 찾는 견해들이 있다. 단일민족의 허구성이 한국인의 마음을 닫아걸게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그로부터 우리와,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차별, 배척, 상극의 대상으로 삼는 풍조가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외국인 100만 명 시대에도 나아지지 않는 단일문화 편집증이다. 오늘도 동남아 구석구석에서 처녀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농촌 총각 4명 중 1명이 이들을 맞아 대를 잇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와 가정을 이룬 외국인 국적이 96개에 이른다. 지구상의 웬만한 나라치고 한국과 피를 섞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다. 고려 때 자리 잡은 몽골 사람이 7만 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순혈주의는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았다.
이런 다문화 세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숨막히는 사회다. 여전히 다름을 이유로 차별'멸시'억압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갖은 차별과 가정폭력을 못 견뎌 떠난 외국인 부인이 두 배 늘고, 유엔은 지속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커진 나라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국제적 수치다.
프랑스 사회의 힘은 다름을 껴안는 톨레랑스에 있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톨레랑스의 실체를 목격했다. 프랑스 주류 엘리트가 아닌 니콜라 사르코지(52)라는 헝가리 이민자 아들의 당선이 그것이다. 그의 출신과 복잡한 결혼생활은 이슈로 삼지도 않았다. 정치적 능력과 이념만이 판단 대상이었다. 지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를 제치며 돌풍을 일으키는 민주당 배럭 오바마(45)도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미국 사회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 여부에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달리 선진국이 아니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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