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은 '동굴도시'다. 동굴 수만 해도 무려 56개나 된다. 이 중에서 신기면 대이리는 환선굴과 관음굴은 물론, 오는 6월 5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있는 대금굴 등 무려 6개의 동굴이 있어 세계 최대의 동굴지대로 꼽히고 있다. 삼척이 지난 2002년 세계동굴 엑스포를 개최한 것은 이 같은 명성 때문이다.
동굴은 억겁(億劫)의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산물이다. 특히 석회암 동굴에서는 여전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석순과 종유석이 생성되고 있고 또 이들이 만나 석주를 빚어내고 있다. 우리가 동굴을 찾는 것은 동굴이 선사하는 이 같은 시간의 비밀에 감탄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터. 동굴에서는 그저 졸졸 흘러내리던 지하수도 켜켜이 쌓여 폭포를 이루고 찰나의 시간도 억겁의 시간이 되고 그런 자연 속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5억 수천만 년의 시간은 인간이 셈할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다. 바깥 기온이 아무리 더워도 동굴 속은 변함없다. 세상이 아무리 가물고 메말라도 동굴 속 호수는 마르지 않는다.
처음으로 세상에 제 속살을 드러내는 '대금굴'을 찾아 태고적 자연의 신비를 한껏 느껴보자.
대금굴은 공개되기까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동굴이다. 수년 전 태풍 '매미'로 인해 동굴에 물이 차면서 일부 종유석들이 훼손된 것 외에는 발견될 당시 그 모습이라고 한다. 대금굴은 국내 최초로 동굴 안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간다는 점에서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덕항산 아래 물골계곡을 바라보는 위치에 설치된 탑승장에서 모노레일(정원 42명)을 타면 5분 후 동굴 속 70여m에 위치한 광장에 도착한다. 동굴탐험은 여기서부터다. 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양쪽으로 잘 발달된 종유석을 만난다. 대금굴에서는 이름이 붙여진 종유석이 없다. 관람객들이 각자 상상에 따라 이름을 붙이면 된다.
관람로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물소리는 거세진다. 폭포다. 지하세계에서 만나는 8m 높이의 폭포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폭포에 닿기 전 만나게 되는 관람로는 거대한 호수 위를 가로지른 철제난간. 다행스럽게도 호수는 투명한 코발트빛이다. 폭포를 지나면서는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에서는 여전히 물이 떨어지고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듯했다. 가히 살아숨쉬는 동굴이다. 남자의 상징 같은 남근석도 보이고 똬리를 튼 뱀이 바위가 된 것 같은 석순도 있다. 표주박처럼 생긴 종유석, 물길 따라 가로로 친 커튼 같은 종유석광장도 만날 수 있다. '대금굴'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커튼 종유석이 금을 붙인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대금굴의 최대 볼거리는 만물광장이라 부를 만한 넓은 종유석광장이다. 이곳에서는 막대기를 꽂아놓은 듯한 막대형 석순이 곳곳에 솟아나 있다. 이곳의 막대형 종유석은 국내에서 발견된 막대형 종유석 중 가장 크다고 한다. 어떤 석순은 종유석과 만나 석주를 만들기 일보직전이다. '모래시계' 같은 모양을 형성하기도 하고 아예 석주로 하늘 땅을 이어붙이기도 했다. 규석이 녹아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면서 계단을 만들어놓은 휴석계곡도 있다.
물소리가 잦아지면서 다시 호수를 만난다. 최대수심이 9m나 되는 호수가 어떻게 이 수억만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동굴 속에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일반인의 관람은 여기까지다. 동굴은 더 이어지지만 훼손우려가 있어 개발하지 않았다. 그 곳은 영원히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대금굴은 오는 6월 5일부터 일반에 공개하지만 인근의 관음굴은 아예 문화재청이 일반공개를 금지시켰다. 이곳 '대이리 동굴지대'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천연동굴지대다.
삼척시는 이곳 대금굴의 훼손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하루 관람객을 720명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하고 모노레일을 통해 입장하는 관람객만 수용하기로 했다. 관람예약도 인터넷(삼척시청 홈페이지)으로만 받는다. 관람료는 어른 1인 기준 1만 2천 원. 인근의 환선굴 입장료가 1인 4천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지만 기존동굴과는 달리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속까지 들어가는 대금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울진 성류굴이나 단양 고수동굴 등 그동안 우리가 즐겨찾던 많은 동굴들은 인간의 손길 때문에 훼손되고 파괴됐지만 이곳 대금굴은 아직 자연 그대로다. 자연과 시간이 선사하는 태고적 신비를 그저 즐기기만 하자.
◆ 삼척 별미인 '곰치국·물회' 맛보기
삼척에서는 곰치국과 물회가 유명하다. 청정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횟감은 동해안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비슷하지만 정라항 회센터나 임원항의 작은 횟집에서 맛보는 생선회는 색다른 맛이다.
특히 포항물회와는 다른 삼척물회는 다시마와 각종 해물로 만들어 얼린 육수를 부어 먹는데 그 시원한 맛이 독특하다. 삼척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물회 잘하는 식당은 새천년횟집(033-572-2800)이다. 물회 1인분이 1만 원. 전복과 해삼을 넣은 특미 물회가 2만 원이다. 새천년해안도로 끝에 있다.
곰치는 1m에 이르는 대형어족이다. 메기를 닮아 '물메기'라고도 불리는데 20여 년 전만 해도 그물에 곰치가 걸리면 쓸모가 없다며 버렸다. 비린내가 없고 살이 연해 해장국용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 않았다. 맑은 해장국도 있고 묵은 김치를 쑹쑹 썰어내는 곰치국도 있다. 추천식당은 정라항 삼정식당(033-573-3233).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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