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A아파트에 사는 한 입주민은 최근 관리사무소로부터 '발코니 바깥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24평 좁은 복도식 집이라 실외기를 베란다 바깥에 달았지만 관리사무소는 "주택법을 위반했다."며 설치 이틀 만에 철거를 요구해 온 것. 이 입주민은 "왜 불법인지 모르겠다."며 "게시판 등을 통해 최소한의 법 규정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때 이른 무더위 속에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장소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실외기를 발코니 바깥에 설치하는 입주민들이 늘고 있지만 관리사무소에서 미관과 안전 등의 문제를 이유로 이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수성구 B아파트 주민들도 최근 발코니 안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를 단체로 바깥에 빼내려다 관리사무소와 충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실외기를 발코니 안에 설치하면 열기, 소음, 공기오염으로 인한 영·유아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전기료 과다 지출같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사무소는 관리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이유로 실외기의 바깥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 이에 입주민들은 지난달 26일 수성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외기 바깥 설치와 관련한 구청 입장을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외기 갈등은 에어컨 보급이 크게 늘어난 2000년대부터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관리사무소 동의 없이 발코니 바깥에 설치한 실외기에 대해 '미관과 안전 문제 때문에 공동주택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반드시 관리주체(=관리사무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 주택법 시행령을 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
한 관리사무소장은 "무턱대고 실외기 바깥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에어컨 2, 3대를 동시에 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시멘트나 철근 따위로 고정한 조잡한 실외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실외기들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사고가 나면 다른 입주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은 자체 관리규약에 실외기 설치규정을 미리 정해 놓거나 준공 단계때부터 안전한 거치대를 제작해 해묵은 실외기 갈등을 풀고 있다. 실제 수성구 범어네거리 C아파트는 설계때부터 최대 140kg까지 견딜 수 있는 똑같은 규격의 실외기 설치대를 발코니 바깥에 달아 주민 편의와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대구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안전하지 않는 실외기를 아파트 외벽에 마구 설치하는 주민들도 문제지만 관리사무소도 무턱대고 설치를 반대해서는 곤란하다."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미관과 안전성을 고려한 실외기 바깥 설치 기준을 아파트 관리규약에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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