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병인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하)법 위반 혐의 있어도 입증엔 한계

간병인들이 병원과 근로계약도 없이 '일당'을 받으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병원과 비영리단체인 협회의 편법 때문이다. 병원 측은 간병인과 어떤 근로 계약도 맺지 않기 때문에 간병인을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보고 있으며 협회 측은 협회 측대로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병원의 편법과 협회의 입장

병원 측은 환자와 간병인을 연계해 줄뿐이어서 최저임금이나 근로 시간, 유급 근로 수당 등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간병인 비영리단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고 또 월급도 이 단체로 지급하고 있어 고용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즉 비영리단체에서 제공한 파견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법망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 실제 대구 동구, 북구 등 상당수 노인병원들이 이 같은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도 병원에 인력을 소개하고 돈을 받아 나눠주기만 했다고 주장해 위법사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대구에서 수년째 간병인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파견 근로법'과 '직업 알선법'을 피하기 위한 내용과 병원 측이 간병인과 '고용관계'를 맺은 것으로 한 내용을 삽입해 놔 단속을 당해도 문제가 없다."며 병원과의 계약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병원과 단체의 공존공생 관계 때문에 간병인만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병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 대구노동청의 해석이다. 대구노동청은 병원에서 간병인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간병인을 관리하기 때문에 고용관계로 봐야 한다는 것. 게다가 대부분 비영리단체의 경우 인력을 공급할 뿐 이들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데도 이들을 '파견업체'라고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고, 파견업체로 규정해도 간병인들을 파견이나 일용직 등 편법으로 근무시키고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된다는 입장이다.

◆대책은 없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간병인을 제대로 양성해 일자리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단체가 임의로 발행하는 '자격증'으로 '간병인'을 양성하는 병폐부터 없애야 한다는 것. 실제 대부분 간병인의 경우 자격증을 따는 데 20만~30만 원, 또 일자리를 얻기 위해 10여만 원을 주고 협회에 가입해야 하는 등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노동부도 무엇보다 '간병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단체와 병원 간의 고용 관계를 입증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다 간병인들의 고발 없이는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간병인들의 경우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 겁이 나 이를 외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병원들의 불·편법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간병인들을 관리하고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나 관련 법안이 전무해 민간 차원의 간병인 문제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복지부는 "노인복지법의 노인요양시설 규정에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도록 돼있어 이들을 제도권 내에서 양성할 계획"이라며 "다만 민간의 간병인을 모두 요양보호사로 흡수할 수는 없어 여러 가지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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