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짜릿함의 심리학

변화와 새로움이 없으면 감각은 졸기 시작하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은 변화, 새로운 것, 놀랄만한 것을 포착해 내 진화돼 왔다. -다이앤 애크만

짜릿함과 스릴, 그리고 안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기꺼이 벼랑끝 위에 올려놓고 그 스릴감을 즐긴다.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협곡을 향해 뛰어내린다. 뿐만 아니다. 고속으로 차를 운전하며 등에 땀이 차 오르는 쾌감을 즐기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놀이기구를 타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한다.

▶왜 짜림함에 열광할까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상승, 혈관수축 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 외에도 뇌에서는 여러 가지 자극성 마약의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 분비되는데, 이는 신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면서 모든 감각들이 극도로 민감해져 발생하게 되는 신체의 변화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른 스릴을 즐기는 것은 마약이나 범죄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분석한다. 고도의 쾌감을 제공하는 일탈행동들. 새로운 흥분을 찾는 사람들에게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 등의 놀이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해준다는 풀이다.

최태진 신경정신과(달서구 상인동) 원장은 "일부 사람들에겐는 '카운터 포빅 디펜스(counter-phobic defence)'가 일종의 성취감, 안도감을 주는 것일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공포를 끌어내 극복하는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회복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또 "극한의 공포를 이겨내는 행위를 통해 우월감과 희열 등을 맛보게 되고, 이를 통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사소한 용기를 얻기도 한다."고 최 원장은 밝혔다.

▶미스터리는 계속된다.

이런 각종 스릴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위는 현대인들의 감각추구 성향이 극한으로 높아져 있다고도 풀이된다. 예전에는 '떨어진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했지만, 요즘은 각종 안전장치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놀이로 전환된 것이다. 스티븐 후안은 '뇌의 기막힌 발견'이라는 책에서 "스릴을 즐기는 것은 인간이 본래 위험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며, 이런 인간의 뇌가 있었기에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다"고 쓰고 있다.

그는 심리학자 마이클 앱터가 쓴 '위험한 벼랑 : 흥분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인용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프로이드의 믿음과 달리, 우리는 평정심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형태이든 짜릿한 일을 추구한다. 설령 그것이 위험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위험추구 행동은 개개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종의 진화를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선사시대부터 수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한 끝에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으며, 수백 세대를 거치면서 성공적인 성취에서 얻는 쾌락은 거듭 진화됐고 종국에는 위험 추구 그 자체가 목적이 됐다."

하지만 이런 수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담보해놓고 스릴을 즐기는 인간의 모습이 완벽하게 해석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서 실제로는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울어버리는 번지점프를 시도하기도 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 속으로 자신을 떠밀어낸다. 이것도 모자라 해가 거듭될 수록 자극의 강도를 더해가는 신종 놀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스릴감의 미스터리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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