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 원목의 상큼한 향기를 맡으며 창문을 열어젖히자 푸른 동해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은 포구를 방금 출발한 어선 한 척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쪽빛 바다 위를 내달리고 있다.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다가오는 포말의 흔적을 쫓아 시선이 머문 자리엔 해안 절벽을 병풍처럼 둘러싼 해송군락의 신록이 그득하다. 늘 푸른 동해와 흰 파도, 해송이 연출하는 바닷가 풍경에 짓눌렸던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청량한 기운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도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그리는 전원생활의 꿈.
해안 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주거공간이 연출하는 개성 만점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진다. 싱그러운 자연이 손에 닿을 듯 지척에 있어 들어서는 순간 벌써 건강한 삶이 녹아난다. 무엇보다 휴식의 나른함이 서려 있어 좋다.
마음도 어느 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동화 속 그림같이 세련된 멋이 있고 주인의 정결한 손길이 스며 내 집처럼 편안하다.
전원 속 숙박시설인 펜션이 요즘 레저문화의 주류로 주목 받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아름다운 문장, 감동의 명연설, 듣기에 편안한 음악이 되려면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는 쉼표를 빼놓을 수 없다. 삶도 이와 같다.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일상의 쉼표'가 이제 더 이상 사치가 될 수 없다.
전원 속에 살면서 자연을 닮고자 하는 주인의 솔직하고도 소박한 마음과 만난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펜션은 이제 레저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 되고 있다. 특히 비취빛이 농후한 동해안을 정원으로 둔 펜션이라면 그 여여(如如)한 휴식의 단맛은 천금에 비길 바가 아니다.
*펜션(pension)이란=본래는 '노후연금'이란 의미로 전원 속에서 집을 짓고 주인이 직접 가족적인 분위기로 서비스하는 소규모 숙박시설을 말한다. 유럽에서 수세기동안 보편화된 농어촌 숙박업이 1970년대 일본을 거쳐 2000년부터 우리나라에도 펜션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은퇴한 노령층이 연금정도의 수익을 위해 운영하던 숙박업이었던 펜션은 그래서 전원에서 조용하게 살려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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