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의 창] 간병의 지혜

세상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부모, 자식, 배우자, 가족 등 병들고 아픈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간병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간병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족들이 환자에게 잘하려는 욕심을 가지고 매일 새로운 음식을 하고, 몸에 좋다는 요법을 받게 하고, 환자를 위해 많은 수고를 기꺼이 한다. 주변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둥의 조언을 아끼지 않지만 사람인 이상 분명히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지치게 된다.

그러므로 애초에 시작할 때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마시고 환자를 위해 특별히 음식을 따로 하기 보다는 가족이 먹는 음식을 조금 더 신경 쓴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잘하다가 몇 달 뒤에는 지쳐서 조금 소홀해지면 오히려 문제가 불거진다. 환자는 '너무 힘들어서 나를 짐스럽게 생각하는 구나' 라고 서운해 할 수 있다.

간병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엔 주변에 투병을 도운 가족들에게 물어보라.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서 용기를 잃지 않게 격려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또 열성적으로 가족이 투병을 도왔는데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가족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지만 이러한 실망감은 바로 환자에게 전달되며 '이렇게 가족이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구나. 나는 안 되는 모양이다.' 하며 환자는 가족보다 더 많이 좌절해 버릴 수 있다.

투병은 누가 골인 지점까지 먼저 가느냐 하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아니라 환자와 같이 넘어가야 하는 길이다. 산책을 하듯이 환자와 함께 보폭을 맞춰 걸으며 나무도 보고 바람도 느끼면서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내가 이만큼 노력하면 이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지도 말라.

간병하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그냥 부딪혀 보라. 작은 일에 감사하면 덜 지치게 되며. 환자가 자신의 수고에 기뻐한 것에 감사하고, 오늘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 그것이 바로 최선의 간병이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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