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 통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통기타는 연주를 위한 악기가 아니라 노래를 위한 악기다. 조용히 연주자의 음악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둘러앉아 손뼉 치고 노래 부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혼자 기타 치며 노래하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어울려도 좋고, 홀로 즐겨도 좋은 악기가 통기타인 셈이다.

학창시절 통기타의 매력에 빠졌던 사람들, 생활인으로 사느라 한동안 기타를 놓았던 사람들이 모였다. 통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통사모). 2000년 모임이 시작됐고, 현재 전국의 인터넷 회원은 5만 7천명이 넘는다. 오프라인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들쭉날쭉하고, 그저 인터넷 카페를 기웃거리기만 하는 사람들도 많다.

통사모 대구경북 모임(운영자 박대윤) 회원은 70여명. 길거리 공연과 소공원 공연, 각종 단체 자선공연을 정기적으로 갖고, 일주일에 한번 연습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프로 뺨치는 실력자에서부터 이제 막 입문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학창시절 시작해 통기타 경력 20년이 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고등학생부터 50대에 사장님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영업자, 소방관, 안경회사 사장, 교사, 경찰, 주부, 대학생,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까지 계층이 따로 없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이들은 통기타로 만났다.

"즐겁게 만나서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이 함께 즐기는 것이지요."

그랬다. 지난 일요일(13일) 월드컵 경기장 소공연장에서 펼쳐진 대경 통사모 공연은 노래와 연주, 손뼉과 흔들림이 어우러진 축제였다. 아들과 함께 인라인을 타러 왔던 사람, 자전거를 타고 나온 사람, 배드민턴 채를 든 사람, 양산을 받쳐든 주부들이 공연장에 모여 손뼉을 치고 발장단을 맞췄다. 근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느긋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가족들도 있었다.

통사모 대구경북 모임은 여러 곳에서 공연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 신년교례회와 방송통신대 각과의 일일 행사에 참여했고, 어린이날엔 어린이와 부모들을 위해 노래했다.

노래 장르는 다양하다. 포크송, 트로트, 팝송, 발라드…. 회원들은 저마다 취향에 맞는,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하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한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와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요청하면 무료공연을 열 계획이다.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사람은 준비돼 있다.

"통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예요. 통기타와 하모니카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주와 노래가 가능합니다. 피아노처럼 무겁지 않으니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고요."

회원들이 말하는 통기타의 장점은 또 있다. 아파트에서 이웃에 부담을 주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무엇일까. 통기타다. 조금만 거리를 두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뿐더러 그 소리가 은은해 통기타 소리 싫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운영자 박대윤씨는 통기타가 세상을 넓혀준다고 말한다.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는 사람들, 어쩌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통기타를 통해 만나 노래하고, 공감하고,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연습이나 공연을 마친 다음에는 삼겹살 구워 소주도 마시고요. 취미가 같으니 손발이 척척 맞아요."

통사모 회원 정의호씨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기분은 정말 좋죠. 생활 속에서 틈틈이 취미를 살리고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 내 연주와 노래가 타인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은 커다란 행복이지요." 라고 통기타를 예찬했다.

통사모는 통기타를 좋아하는 사람을 환영한다. 잘 치는 사람, 못 치는 사람, 나이의 많고 적음,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완전초보라도 일주일에 한번씩만 연습실에 나오면 어지간한 연주는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강습비는 받지 않는다. 매주 1회씩 연습실(대구시 달서구 퀸스로드 근처)에서 만나 서로의 노래와 기술을 서로에게 전한다. 이른바 도제식이니 연습이 딱딱하지도 않다.

"우리 생각은 통기타를 즐기자는 겁니다. 초보자들에게는 통기타의 알파벳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부터 하나씩 가르칩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쉽게 재미를 붙입니다." 통사모 대구경북 모임 운영자 박대윤씨의 말이다. 회원가입 문의: 011-813-0289

홈페이지: www.tongsamo.com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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