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산지 소값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암송아지 가격이 수송아지 가격을 밑도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17일 경북도내 축협과 한우농가들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한·미 FTA 타결 이후 암송아지 가격이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급기야 이달 들어 일부 지역의 우시장에서는 수송아지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나타났다.
생후 5, 6개월 된 암송아지는 한·미 FTA가 타결되기 전인 3월만 해도 도내 우시장에서 300만 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FTA 타결 이후 폭락을 거듭해 17일 현재 평균 180만∼190만 원에 거래되면서 몇 만 원 차이로 수송아지에 추월당했다.
FTA 타결 이전에 비해 암송아지는 평균 40만 원 이상 하락한 반면 수송아지는 20여만 원의 가격 하락폭을 보이면서 거래가 역전현상이 빚어진 것.
가격 하락세를 못 이긴 농가들이 너도나도 암송아지를 내놓으면서 경매시장에 출하되는 송아지 연령도 낮아졌다.
17일 상주축협 지천동 가축시장에서 출하된 암송아지 30여 마리 상당수가 4, 5개월령의 어린 송아지였다. 그동안 가축시장에 나왔던 암송아지 평균 연령은 6개월이었다.
상주축협 박근배 대리는 "수송아지는 일부 가격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암송아지는 출하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수입 쇠고기 국내 유입 등으로 가격하락을 우려한 축산농가들이 입식을 꺼리는데다 사료값 등을 걱정해 점차 어린 송아지를 출하하고 있으며, 연쇄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도 거의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수년 전 40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암송아지가 이제는 농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군위 효령면 장기2리에서 암소 50마리로 한우 번식을 하고 있는 박형배(50) 씨는 "이제 한우산업도 한물간 것 같다.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 암소를 이용, 번식에 나섰던 농가 대다수는 도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수송아지 경우 아직은 비육농가들이 입식을 하고 있지만, 암송아지는 아예 입식 자체를 꺼리고 있어 번식농가들이 암송아지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한우협회 전영한(53) 대구경북지회장은 "경북도내 한우농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세농가들이 암송아지 입식을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 한우산업의 존립 자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북도내에는 4만 1천여 한우농가들이 45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이들 중 80% 이상이 암소 10∼20마리로 송아지를 생산하는 영세농가들이다.
군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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