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선무효 단체장의 '믿는 구석'

너도나도 '위헌법률심판' 제청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늦어질 경우 일부 단체장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임기 말까지 현직을 유지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고와 동시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경우 대법원은 상고심을 미루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를 우선적으로 심리하는데다, 제청이 받아들여지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에도 몇 년씩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이원동 청도군수는 최근 대법원 상고와 동시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다. 원심이 소년·소녀 가장에게 지급한 격려금이나 지하철 참사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기부행위가 아니고, 전·의경에게 간식 제공을 위한 격려금을 준 것은 기부행위라고 한 점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대한 심판대상 규정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자의적 법적용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

또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손이목 영천시장 역시 2일 '선거법상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재산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 단순 재산누락을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 상고와 동시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관계자는 "대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여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할 경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헌재의 결정마저 늦어지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단체장이 임기를 채우고 나서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게 돼 당선 무효라는 당초 법원의 선고가 의미를 잃게 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당선무효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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