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세기 분단 넘은 남북열차 타보니…

이재윤 민통협 의장 "오늘 연결된 철마 아무도 막지 못할 것"

▲ 57년 만에 연결된 동해선 시범운행 열차를 타기 위해 북한 금강산역에 도착 후 북한 김용삼 철도상(가운데)과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왼쪽)과 함께한 필자.
▲ 57년 만에 연결된 동해선 시범운행 열차를 타기 위해 북한 금강산역에 도착 후 북한 김용삼 철도상(가운데)과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왼쪽)과 함께한 필자.

57년 만에 휴전선을 넘어 남과 북을 다시 달리는 철마를 타기 위해 이용섭 건교부장관을 비롯한 남측 인사 50명과 보도진, 수행원 50명이 강원도 고성군 한화콘도에 정차한 버스에 올랐다. 북한 금강산역까지 버스로 이동해 북측 대표들과 함께 금강산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남측의 제진역까지 1시간의 기차 시승을 위해서였다. 우측에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좌측에는 남북교류타워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곧이어 우측 바다 쪽으로 나무꾼과 선녀 전설의 무대가 된 아름다운 호수 감호가 보인다. 금강산 자락으로 접어들면서 금모래로 유명한 남강,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산능선이 펼쳐지는데 문득 민둥산이 나타나 "아하 여기가 바로 북측이로구나!"라고 실감하게 한다.

우리 일행들이 지나가는 고성군은 남북한으로 2등분됐지만 아름다운 해안과 호수, 비옥한 농토를 가지고 있고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해 서울시장보다도 고성군수를 더 선호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일성 별장과 리승만 별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절경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나는 길옆 언덕배기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보초들을 볼 때, 또 벙커 속에 감추어놓은 탱크를 볼 때, 나는 달콤한 꿈을 깨고 현실로 돌아가곤 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경관에 내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드디어 우리의 버스는 목적지인 금강역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정복을 입은 500여 명의 남녀 고교생과 관계자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이용섭 건교부장관과 김용삼 철도상의 인사가 있었다. 양측 모두 이례적인 인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것이었다.

필자는 함께 간 김석준 국회의원과 사진을 찍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남측의 완행열차와 비슷했으나 깨끗이 단장되었고, 과일과 음료수가 자리마다 마련돼 있었다. 오전 11시 27분 드디어 북측의 디젤기관차가 남측의 제진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북측 환송객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잠시 울컥했으나 함께 시승한 북측 대표들과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좀더 연장하기 위해 시속 30, 40km의 속도로 한 시간을 달렸다. 버스를 탈 때 보는 경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기차를 탄 우리들의 마음은 크게 달랐다. 통일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였다. 북측의 김용삼 철도상의 연설로 이글을 마친다. "오늘 연결된 우리의 철마를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재윤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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