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퍼주기와 투자도 구분 못하는 장관

역사적인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일단락됐다. 남북 화해와 교류라는 의미 있는 일보를 내디뎠지만 뒷맛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무려 5천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나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남북 철도 상시운행에 대한 남북 간 온도차가 분명한데도 이 정부 인사들은 치밀한 계산 없이 낙관만 해대고 있으니 국민들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8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북한 철도 현대화에 관해 "얼마의 액수가 들어가든 우리 경제를 위한 투자 개념"이라고 밝혔다. 말이 좋아 투자이지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비용이다. 러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경의선 현대화 비용만도 6조 5천억 원에서 8조 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이 장관의 말대로 세금이든 대외 차관이든 남측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비용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제는 17일 철도 시험운행에서도 드러났듯 북한 당국과 군부가 북한 철도 현대화와 남북 철도 상시운행에 소극적이고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7일 국내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로 시험운행 소식을 내보냈지만 북측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겨우 네 문장으로 간략하게 다루는 등 철도 연결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 북측의 이 같은 미온적 태도는 북한 내부 상황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상시운행이 체제 안보에 미칠 영향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입장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권호웅 북측 내각책임참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개통 의지가 분명해 구체적 계획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상시운행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미 수천억 원이 들어갔고 앞으로 수조 원이 들어갈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투자 당사자 간 합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으니 걱정을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주면서도 눈치 보기에 바쁜 남측과 위대한 승리라는 말에 "아직 위대하다는 말 붙이지 말라"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북측의 태도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투자가 어디에 있나 싶다. 국민 모두가 '퍼주기'임을 뻔히 아는 처지에 정부는 '투자'라고 호도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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