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로 어떻게 실을 만드나요?"
"우와, 전통 염료 색감이 참 예쁘네요."
지난 11일, 유기농 면화를 생산하는 인도 농민들이 지역의 한 시민단체를 방문했다. 이들은 유기농 면화 손수건에 인도식 천연염료로 프린트를 해주는가 하면 물레질로 목화에서 실을 뽑아내는 방직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강당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과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이 날 대구를 방문한 인도인 라구나탄 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조가 아니라 공정한 무역"이라면서 "공정한 무역이 가능하면 제3세계 농민들도 빈곤없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십여만 원 하는 축구공 하나를 만드는 데에 제3세계 어린이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150원에 불과하다는 것. 인도의 생산자단체 IFFAD를 이끌고 있는 그는 '희망 무역' 보고회를 위해 이곳, 대구까지 날아왔다.
희망무역이란 공정무역(Fair Trade)이라고도 하며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전통과 자연이 살아있는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원조가 아닌 정당한 경제활동을 통해 제3세게 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민운동의 일환.
올 3월 발족한 대구여성환경연대가 여성환경연대와 희망무역 사업을 펼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희망 무역의 품목은 의류, 면화, 액세서리 등 광범위하다. 기존 소비자 운동은 소비자와 농산물 생산자 단체를 연결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 먹을거리를 넘어서 입을 거리와 식기, 생활소품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대안무역이자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건강 위주의 '웰빙'을 넘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로하스' 소비자를 겨냥한 것.
이미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생산자들은 조상들의 전통 기술을 상업화해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한국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해 양측 모두 행복해지는 무역"이라고 희망 무역을 소개했다. "유럽은 이미 1980년대부터 희망무역이 일반시민들에게 유통될 만큼 일반화됐다."면서 "품목도 장난감, 꽃, 청바지 등 아주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첫 시동을 건 (주)희망무역은 지난 4월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시민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대구에서 30,40명이 주주로 참가했다. 국내 최초의 오가닉 코튼 전문의류브랜드 '그루'를 런칭하고 인터넷 쇼핑몰(www.ecofairtrade.co.kr)도 열었다. 아직은 품목이 적지만 앞으로 다채롭게 채워질 예정이다. 이미 윤호섭, 안상수 등 디자인 관련 교수들과 현직 디자이너들이 의류 디자인에 참가하기로 의사를 밝혔으며 동대문시장 여성미싱사 모임 '수다공방'이 참가하기로 하는 등 호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희망무역은 제3세계 여성노동자들에게 희망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네팔 여성노동자 니말라 씨는 "생산자 단체 마하구티에서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 후 남편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그야말로 신명나는 여성들의 희망의 메아리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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