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승강기 버튼사용 자제를

며칠 전 아파트에서 생긴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 뒤 닫힘 버튼을 눌렀더니 한 아이가 "아저씨는 절약 정신이 없어요"라며 안내 표지를 읽어보라고 했다. '3초만 참으시면 600원이 절약됩니다.'는 내용이었다. 1학년이라는 아이는 "나는 40분 동안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 들어요"라며 대꾸했다.

3초만 참으면 600원이 절약된다면, 나는 하루에 10번 정도 승강기를 이용했으니 6천 원을 낭비한 셈이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주민들의 승강기 이용법을 자세히 살펴봤다. 모두 다 3초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 가족만이라도 승강기 이용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 아이의 이야기를 했다. 아내도 함빡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내에게 다음 반상회 때에는 '3초 기다리기 운동을 제안할 것'을 부탁했다.

경비실 아저씨에게도 얘기했더니 아이 칭찬을 했다. 아저씨에게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3초 기다리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방송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를 건네니 아저씨는 아나운서처럼 방송을 했다. 모두 무심했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요즘은 아파트 주민 모두 버튼을 누르지 않고 3초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전기도 많이 절약하고 있다.

아파트 숲에 싸인 상인동 우리 아파트에 3초 기다리기 운동이 점점 번지고 있다. 화장실에 갈 때에도 꼭 방의 전기를 끄는 독일 사람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박운택(대구 달서구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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