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은 인터넷 세상과 연결해 주는 창이다. 검색 없는 인터넷은 미로일 뿐이다. 여기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검색 사이트가 있다. 네이버(www.naver.com)와 구글(www.google.com). 두 사이트는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각각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검색 시장을 평정했다. 그러나 두 사이트는 지향점에서 극과 극이다. 네이버와 구글, 어떻게 다른가.
◆친절한 네이버
네이버는 '친절한' 포털사이트이다.
네이버를 보면 마치 잘 차려진 밥상 같다. 네티즌들은 그냥 네이버 측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숟가락질(서핑)만 하면 된다. '친절한 네이버'가 되기 위해 네이버 측은 검색 부문에 280명의 인력을 쓰고 있다.
대중의 기호를 가장 잘 이해하는 포털사이트가 바로 네이버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보기좋게 가공해 배치하며 특정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쏠림 현상을 잘 이용해 접속자들을 끌어들인 뒤 광고 영업을 해 '황금알'을 챙긴다. 네이버의 운영업체인 NHN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0%를 웃돈다. 1천 원을 팔면 400여 원이 남는 셈이다.
◆무뚝뚝한 구글
세계 최대의 검색사이트인 구글은 네이버처럼 친절하지 않다. 구글의 홈페이지에는 검색창 하나만 달랑 있다. 홈페이지 빼곡히 콘텐츠를 구겨 넣은 국내 포털사이트들과 달리 구글의 초기화면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구글은 기계적인 검색 결과만 보여줄 뿐 운영자가 검색 결과값에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검색 결과 목록의 우선 순위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 가중치가 결정된다. 검색어에 연결이 많이 된 페이지일수록 정확도와 가치가 높은 데이터라는 프로그램의 판단에 따라 노출 순서가 정해진다. 사용자들이 논문 등 전문 자료를 찾을 때 구글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구글은 스스로를 포털 사이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구글은 검색 사이트임을 자처한다.
구글은 또한 네티즌들을 잡아두려 하지 않는다. 구글의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다른 사이트로 빠져나간다. 구글은 검색된 콘텐츠와 관련된 키워드를 오른쪽 상단에 게시함으로써, 관련 광고에 대한 사용자의 클릭을 유발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 '닫힌 철학'·구글의 '굴욕'
네이버는 친절한 반면 닫혀 있다.
네이버는 광고료를 받은 콘텐츠를 상위에 노출시키며 자사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위주의 카테고리별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웹페이지 검색 결과를 밑쪽에 배치한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들어가면 다른 사이트로 나가는 통로를 찾기 힘들다. 사전적 의미에서 포털(Portal)은 '관문'이란 뜻인데 네이버는 방문자들을 가두려는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다른 웹 페이지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정작 자사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검색 사이트의 접근을 막고 있다.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기술을 가졌고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굴욕을 겪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구글코리아의 순방문자 순위는 국내 포털 사이트 가운데 16위에 그쳤다.
인위적 검색 배제는 구글이 그동안 지켜온 금과옥조다. 그러나 이제 미국 밖에서는 깨졌다.
지난해 2월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구글은 티베트 독립, 천안문, 파룬궁 등 단어를 검열해 차단했다. 중국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타협의 산물이다. 일부 자유론자들은 "구글이 타락했다."며 구글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중국에서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18%로, 1위인 중국 토종검색사업자 바이두(57%)에 크게 뒤지고 있다.
국내 포털들과 달리, 구글은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걸러내기)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일면서 구글은 유해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정한 금칙어를 사용자들이 검색어로 입력할 경우 성인 인증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19세 이하라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낸 결과를 노출하는 한편,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주소 차단도 병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 방안은 8월부터 가동된다. 이로써 구글은 사실상 국내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룰을 따르게 된다.
◆최후에 누가 웃을까
구글은 올해부터 2년 동안 2천만 달러를 투자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차리기로 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구글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네이버 역시 현재로서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런 지위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공룡'이 된 네이버에 대한 견제구가 여기저기서 날아들고 있으며 규제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이 신화를 이루는 데는 10년이 안 걸렸다. 이는 10년 만에 퇴조할 수도 있다는 맥락과 통한다. 인터넷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채널 전환 비용은 제로에 가깝고 네티즌들의 기호와 트렌드 변화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시작페이지는 언제든 다른 사이트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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