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장미도 시간이 가면 시들 듯 세상을 매혹시킨 미모도 세월이 가면 빛이 바랜다. 하지만 영화 '로마의 휴일'의 단발머리 여배우에서 세계인의 연인이 된 오드리 헵번(1929-1993년)은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진 그는 진정 '미인(美人)'이었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던 한국프로야구 불세출의 스타 두 사람이 22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만난다.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이만수 SK 와이번스 수석코치가 그들. 선수 시절 최고의 투수와 타자로 라이벌 구단(삼성과 해태)의 상징이었던 이들이 지도자로 다시 맞닥뜨린 것이다. 이들은 헵번처럼 화려했던 선수 시절 못지 않게 지도자라는 새 삶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로 인천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는 이 코치가 대구를 찾는 것은 10년만의 일. "지난 1월 (이)승엽이의 모친상 때 잠깐 대구에 들렀지만 젊음을 바친 대구시민야구장도, 지인들도 제대로 찾아보지 못했어요. 사실상 첫 대구 방문이라 더욱 설렙니다."
현재 SK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코치는 "김성근 감독 아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팀 워크가 좋다는 점이 이 같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학야구장이 관중들로 꽉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야구장을 돌겠다는 약속을 했었다."며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하느라고 애를 먹긴 했지만 이 약속 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큰다. 그런 점에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고향 팬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이 코치는 복많은 사람이다. 그는 한 때 자신의 몸에 '파란 피'가 흐른다고 믿었지만 이젠 '붉은 피'가 흐른다고 생각한다. 파란색은 삼성, 붉은 색은 SK의 상징이다.
"아직까지 사랑해주시는 고향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가족같은 대구 사람들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22일 야구장에서는 홈팀 삼성을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래야 프로야구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삼성의 오랜 라이벌 팀에서 에이스였다가 은퇴 후 삼성의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낸 선 감독.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 홈팀 관중들이 상대팀 코칭스태프에 성원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섭섭하기도 할 테지만 선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도 광주에 가면 그런 대접을 받아요. 그만큼 야구를 아껴준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시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우리 팀은 멋진 경기로 관중들을 즐겁게 해드리면 돼요."
야구 부흥이 가장 큰 목표라는 데 이들의 생각은 일치한다. 왕년의 대스타였던 이들 중 누가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헵번이 될지 야구팬들로서는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