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가 병으로 죽자 아내의 무덤 곁에 오두막집을 짓고, 아내가 생전에 좋아했던 꽃을 가꾸고, 아내를 그리는 詩(시)를 지으며 살다 죽은 남편이 있다면, 세상의 아내들은 다들 부러워할 것이다. 천재시인 에드거 앨런 포. 그는 아내가 결핵으로 죽어가던 추운 겨울날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낡은 외투하나를 덮어주는 것밖엔 어쩔 수 없었던 가난한 남편이었다. 끝내 아내가 죽자 낮에는 꽃을 심고 밤에는 술에 취해 뒷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지었다. 그때 쓴 유명한 시가 바로 '애너벨리'다.
반대로 누명쓴 남편을 따라 17년 감옥생활을 자청했던 부부사랑도 있었다. 폴란드 바사 공작의 부인 카타리나는 남편이 반역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에릭 왕에게 자신도 남편과 함께 감옥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왕은 "종신형이면 평생 햇빛을 못 보게 되고 남편도 이제는 공작이 아니라 반역 죄인인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카타리나는 "공작이든 죄수이든, 유죄든 무죄든 그는 영원히 제 남편입니다"며 17년 동안 감옥살이를 자원, 에릭 왕이 죽은 뒤 석방됐다.
'내 남자의 여자'같은 요지경 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웬 오두막집에 감옥얘기냐 할 지 모르지만 요상한 TV드라마에 비하면 훨씬 감동을 주는 부부사랑 얘기다.
부부간의 사랑이 앨런 포나 카타리나의 경지에 이르려면 우선 부부간에 感性(감성) 사인(sign)부터 맞아야 한다.
감성일치는 말 안해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以心傳心(이심전심)의 경지 같은 것이다. 부부사랑이 그런 수준에 닿게되면 말다툼 같은 분쟁의 씨가 생겨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보자 어느 아내가 어벙한 남편이 자기생일을 제때 기억해주나 보려고 달력에다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려놓고는 수시로 남편에게 다짐을 했다.
"당신 이날 무슨 날인지 알지?" "응 알지 모를 리 있나."
드디어 생일날 아침 한 번 더 마지막 확인을 했다.
"당신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알고 말고." 기다리던 그날 저녁 생일 선물을 들고 올줄 알았던 남편이 애 머리만한 수박 한통을 들고 들어왔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웬 수박이야 ?" 열받은 아내가 쏘아붙이자 남편이 의기 양양 하게 대답했다. "오늘 伏(복)날 아이가."
생일선물 사인을 보냈는데 복날 수박 사인으로 알 정도로 감성 사인이 안 맞으면 말다툼이 인 생길 수 없다.
그런 부부 말다툼 치료에 특효인 스페인의 격언으로 빈첸시오의 물을 마시라는 이야기가 있다. 남편의 잔소리에 질린 어느 부인이 수도원의 성 빈첸시오를 찾아가 남편의 잔소리와 말씨름하는 데 지쳤다고 불평한 뒤 가정이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빈첸시오 성인이 대답했다.
"우리 수도원의 우물물을 떠가세요. 그리고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 물을 한 모금 입에 넣으시오. 단 절대 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돌아오자마자 또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당장 맞받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얼른 수도원의 물을 입안에 한입 머금고 새나오지 않게 입을 꼭 오므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남편이 조용해졌다. 그날 이후 남편이 잔소리를 시작할 때마다 수도원 물을 머금고 있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남편이 서서히 바뀌더니 부인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흡족해진 부인은 수도원을 찾아가 기적의 물에 대해 감사를 드렸다. 그러자 빈첸시오 성인이 말했다. "부인 기적을 일으킨 건 수도원 물이 아니라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만든 겁니다."
오늘(21일)은 부부의 날. 한바탕 쏘아주고 싶을 때 생수나 커피 한잔을 빈첸시오의 물처럼 마셔보시길.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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