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청소년의 달

"대학 가서 사귀어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며칠 전 우리 반 학생을 혼냈다. 남녀공학인 학교라 커플들이 없지 않다. 편지를 주고받다가, 또는 시내에서 만나다 들켜서 담임인 나에게 넘어온다. 이성 교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대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담임으로서 어쩔 수 없이 훈계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두 시기는 자신이 청소년일 때와 그리고 청소년 자녀를 둔 때이다. 많은 부모들에게 있어 이것은 사실이다. 청소년기는 어린 시절의 어떤 시기보다 더 많은 근심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십대는 분명히 혼란의 시기이다. 그들은 더 이상 부모의 경계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집 밖의 삶에 대처하는 능력을 실제로 시험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은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 능력을 계발하여야 함과 동시에 커져 가는 성적(性的) 관심과도 씨름해야 한다.

문명이 덜 발달된 곳일수록 청소년의 시기가 짧다. 아동기로부터 성인기로의 이동이 훨씬 더 간단하며, 더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12세에 3m의 불구덩이를 맨발로 통과하는 의식만 거치면 어른이 된다. 어제는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이였지만, 오늘은 용감한 성인 남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현대 사회는 청소년의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5월은 성년의 날이 있는 의미 있는 달이다. '성년의 날'(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인으로서 자각과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 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 격려하는 의미에서 제정된 날이다. 오늘날에는 직장에서 만 20세가 된 사원을 격려하거나 성년이 된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자축하는 정도로 전락해 버렸지만, 과거 성년례는 결혼할 자격과 벼슬길에 오를 권리를 갖게 될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십대 자녀들이 더 어른스러워지고 독립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배가 항구를 떠나 대양을 항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과 흡사하다. 바다를 향해 나가기 전에 연료를 채우고 항해를 위한 준비를 갖추는 동안 그 배는 거대한 밧줄로 부두에 묶이어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만일 적절한 보급을 받지 않은 채 항구를 떠난다면, 그 배는 틀림없이 항해에 실패할 것이다.

부모나 교사의 역할은 청소년들이 성인기라는 바다를 향해 부드럽게 항구를 빠져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를 갖춘 배가 항구를 안전하게 벗어나 바다를 항해한다면 곧 자신의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학교는 청소년들이 장차 인생을 안전하고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육체, 탄탄한 실력, 그리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성품을 갖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우리 교사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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