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구와 일본 히로시마가 자매결연을 체결한 지 10주년이 됐다. 이 때문에 예술단의 일원으로 짧은 기간이나마 자매도시 히로시마를 경험하게 됐다.
가끔씩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상생활 속의 대구를 벗어나 밖에서 대구를 바라보면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들곤 한다. 그리고 무조건 외국이 좋다든가, 아니면 우리가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 뭔가 교훈적인 것을 얻기 마련이다.
히로시마에서 경험한 첫 번째 고민은 '대구는 어떤 도시인가'라는 도시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다. 히로시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다. 어쩌면 잊어버리고 싶은 가장 아픈 상처인데, 히로시마는 이 역사적 상처를 세계의 '평화도시'라는 개념으로 승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시 공무원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평화헌법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틈나는 대로 강조하면서, 히로시마의 도시 이미지와 연결시키려 애썼다. '평화도시' 개념은 원폭 투하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과 그 주위에 전 세계에서 보내 온 평화를 기원하는 나무들을 잘 키운 평화공원에 잘 구현되어 있고, 이 공원이 도심과 바로 연결됨으로써 히로시마의 정체성과 시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거듭나 있었다.
과연 대구는 어떤 도시이며, 대구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이고, 이 공간이 제대로 보존·개발되고 있는가?
마침 히로시마 최대 축제인 플라워페스티벌 중이어서 좋은 구경거리가 됐다. 인상적인 것은 거리 퍼레이드에 유치원생부터 팔순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좀 어설픈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여주기 위한 축제라기보다는 참여하는 축제임은 분명했다. 특히 수십만 명이 북적거리는 행사인데 거리에서 쓰레기 하나 볼 수 없었다. "참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또 '조선통신사 400주년 기념행사'도 함께 열렸다.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유적이 많은 곳이 히로시마 인근 주고쿠 지방이기 때문이다. 지역 관광협회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주목할 것은 철저한 실리주의 경향이다. 명예 조선통신사로 임명된 사람은 우리나라 관광회사 대표였다. 한·일간 교류의 역사적 사실과 유적을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구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이 실감난 방문이기도 했다. 대구홍보관은 하루에 기념부채가 2만 개 이상 나갈 정도로 인기였고, 막걸리와 부침개 등 우리 음식을 맛보려는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게다가 조선통신사 400주년 기념행사 때 선보인 대구 예술단의 가야금 연주는 한복과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으로 장내를 감동시켰다. 우리 소리와 춤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틀 연속 '소신 정치' 선언에…여당 중진들 '무모한 관종정치'
국가 위기에도 정쟁 골몰하는 野 대표, 한술 더뜨는 與 대표
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로 재표결 시 이탈표 더 늘 것" 박주민이 내다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