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백미혜 作 '오리는 악어이빨을 미워해'

오리는 악어이빨을 미워해

백미혜

잠버릇이 나빴나 봐요.

그이가 깨어나니

내 벌어진 분홍 가슴에 돋친

싯퍼런 악어이빨이 보였겠지요.

그이는 깜짝 놀라

잠결에 내가 흘린 분홍 이불을

가만히 끌어다 내 가슴 안에까지

꼭꼭 덮어 주었습니다.

난 다시 잠들었지요.

행복하게 그이도 잠들었어요.

물 위로 빨간 오리 한 마리가

지나갑니다. 그 뒤에

꿈인 양 파란 오리 한 마리도

따라갑니다.

모름지기 부부는 한 방에 잠을 자야 한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내 지론이다. 부부가 이부자리를 같이 해야 할 이유는 아내의 "분홍 가슴에 돋친 싯퍼런 악어이빨"을 덮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악어이빨을 좋아할 오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의 자리에 있는 오리들은 모두 악어이빨을 사랑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잠이 들 수 있다. 행복? 그렇다, 행복!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의 가슴에 돋친 악어이빨을 이불로 꼭꼭 덮어 주어야 한다. 악어이빨이 뭔지 일일이 설명하는 건 독자의 즐거움을 뺏는 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독자가 혹여 있다면, 혼자 있을 때 돋는 자신의 악어이빨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라. 그런데 이 시는 분홍, 빨간, 파란의 색채 이미지가 두드러지는데 혹 이 시인, 색을 만지는 화가가 아니신가? 다정한 어조에 묻어 있는 다감한 마음씨.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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