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매일신문에 '팔공산이 망가진다'는 제목의 보도를 접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주민을 위한답시고, 또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한답시고 팔공산 공원보호구역을 수 백만 평 해제한다는데 그 누가 입을 댈 것인가! 시민을 위해 한티재 관통터널을 뚫고, 공산댐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한다는데 어떤 대구시민이 반대할 것인가!
어디 개발사업이 이것 뿐이겠는가. 무지막지하게 진행되는 도로사업, 새만금 간척지조성사업, 천성산 고속철도사업, 방폐장사업 등은 전국규모로 잘 알려진 사업이다. 그러나, 금호강변 개발 및 도로사업, 앞산터널사업, 현풍 테크노폴리스, 바이오산업단지,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동구 봉무산업단지, 또 북구 도남지구를 비롯해 동구 대곡, 매천, 율하, 연경지구, 달성군 세천지구 등의 임대주택지 조성사업 등은 지방에서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사업들이다. 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 수 백만 평을 해제한다. 1977년 당시 53,971.1㎢의 개발제한구역이 김대중 정권때인 2001년 제주도부터 해제되기 시작하여 2006년엔 4,041.5㎢(처음 면적의 25%)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도시개발과 국책사업을 위해서다.
지난 몇 년 동안 개발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는지 통계청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2000년 당시 전국 주택수는 10,959,342가구였으나 2005년 12,494,827가구로 5년만에 14%나 늘어났다. 반면 지난 2001년 당시의 전국 농경지 면적은 18,761㎢였으나 2006년 18,005㎢로 2001년 당시 면적의 4%(756㎢)나 줄어들었다. 단 5년만에 줄어든 양 치고는 너무 많다. 임야는 2001년 당시 50,428㎢에서 2005년 49,677㎢로 지난 4년 동안에 1.5%(751㎢) 줄었다. 농경지와 임야를 합쳐서 단 4, 5년 동안에 1,507㎢라는 큰 면적이 개발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속도가 지속된다면 얼마 가지 않아서 국토의 자연 경관과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대주택 100만호를 건설하는 게 국책사업이라면서 대구지역에 8만 4천700호를 할당하고 주민 의견, 대구광역시청, 각 구청, 시민단체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 이게 어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인가? 정부는 12대 국정과제로서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개발특화특구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기업도시건설 특별법 등을 제정하고 토지이용규제 완화, 관리지역내 공장설립면적제한 폐지, 240여 개 골프장 동시건설을 위한 규제완화 등의 개발중심적인 행정처리를 하고 또 수많은 위원회도 구성하여 개발을 부추겨왔다. 지방분권이란 말도 이론적으로는 지역의 자치권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듯 보이나 지역의 세수입확보라는 미명하에 난개발을 부추기는 근거가 되고 있다. 법과 행정이 뒷받침된 개발사업앞에 환경영향평가나 전략환경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나 진행되고 있는 일들, 예를 들어 새만금간척사업이 큰 재앙이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결한 일, 그 간척지에 450홀의, 지구상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도록 거대한 골프장건설을 계획한 일, 친환경하천정비를 한답시고 전국의 모든 하천제방을 대상으로 사면에 부직포를 깔아 풀과 나무가 전혀 자랄 수 없도록 한 채 그위에 돌망태를 얹는 일, 도심지를 지나는 하천변을 친수구간으로 한다면서 잔디, 예쁜 화초, 보기 좋은 조경수, 운동장, 깨끗하게 포장된 자전거도로 등으로 하천의 고유한 경관과 기능을 없애버리는 일 등은 현 정부가 저지르는 생명파괴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싱싱한 흙과 숲과 맑은 물과 따뜻한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 아귀다툼만이 남을 미래가 두렵다기보다 지금 당장은 미친듯이 불어제치는 개발바람과 개발론자들이 혐오스럽다. 설상가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운하로 잇자고 한다. 황사가 해마다 더욱 심해지고, 비슬산 어느 지역에는 봄이 되어도 나비와 벌과 새들이 보이지 않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런지 이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팔공산 자락 물을 모아 흐르는 동화천도 개발바람을 맞고 있다. 서울에서는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그렇게 기고만장인데 콘크리트로 덮인 그런 같잖은 물고랑을 어디 감히 동화천에 견줄 수 있겠는가! 대구시는 신천을 버렸고, 금호강과 서대구달성습지의 드넓은 모래밭과 버들숲과 흑두루미를 버렸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동화천마저 버릴 것인가?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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