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참여 공동체 '자치마을' 대구서도 기지개

"내가 사는 우리마을 직접 꾸며요"

▲ 대구 남구 이천동 이천복지길
▲ 대구 남구 이천동 이천복지길 '햇빛촌'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함께 어울려 노인복지가 특화된 자치마을이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21일 오후 대구 남구 이천동 이천복지길 '햇빛촌'.

주민들이 '행복한 노인일터' 내 꽃 하우스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목공 작업을 막 끝낸 듯 마당 한쪽에는 목재가 쌓여 있고, 지하 전파상 앞에는 고치다 만 TV들이 모로 누워 있었다. '행복한 노인일터'는 동네 노인들이 일을 하고, 주민들이 내놓은 꽃과 가구, 재활용 옷 등을 바꾸거나 사가는 곳. 노인 복지 시설과 주민 자치 시설이 한 장소에 공존하고 있다. 또한 2층 주택들이 등을 맞대고 있는 이 일대에는 높게 둘러막은 담장도, 울타리도 없는 복지시설들이 줄지어 서 있다. 행복한 노인일터와 남구시니어클럽, 햇빛치매노인복지센터, 대구시 결혼이민자가족 지원센터, 경로당, 어린이집 등 무려 10여 곳에 이른다. 이 일대가 노인 복지로 특화된 자치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것. 김창규 대구 남구시니어클럽 관장은 "10여 년 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사회복지시설들이 담을 트고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생활 속 공간으로 들어왔다."며 "이를 통해 주민 참여와 생산, 소비, 나눔이 선순환하는 공동체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직접 꾸미고 조성하는 '자치마을'이 뜨고 있다. '자치마을'은 각 동네별로 주민 스스로가 공동체를 만들어 거주환경 개선과 홍보, 정책에 대한 주민 참여 등을 이끌어내는 것. 특히 시민단체와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자치마을'을 키워 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대구시도 지원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구장애인연맹(DPI)은 '무(無)장애마을'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무장애마을'은 장애인이 슈퍼마켓이나 카페, 식당 등을 보다 손쉽게 오갈 수 있도록 조성되는 지역 공동체. 작게는 반경 1~2㎞, 넓게는 5㎞까지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시도다. 이를 위해 문턱과 계단을 없애고 가게 문을 고치며 화장실도 장애인들에 맞도록 개선한다는 것. 대구 동구 효목동과 서구 평리동에서 우선 추진할 계획인데 다음달부터 인근 상가 업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DPI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내겠다."며 "내년부터 10~20개 업소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주민공동체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인 성서 공동체FM의 방송권역 내 주민들이 중심이 된 '어머니 모임'이 이곡동 분수공원에 지어지는 성서도서관의 설계 과정에서부터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이들의 목소리는 설계 도면에 거의 반영됐고 내년 9월 도서관이 완공되면 자원봉사나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이처럼 주민 자치 마을이 기지개를 켜면서 대구시도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해 12월에 이를 6대 중점 과제로 선정한 시는 자치 마을이 형성된 광주 문화동과 오치2동 등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25일과 31일 시민단체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자치마을 간 네트워크의 형성 방안과 앞으로의 지원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자치마을은 기존의 관 주도의 획일적이고 하향적인 지역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라며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예산 지원은 각 구·군에서 맡고 시는 전체적인 로드맵과 지원 방법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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