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초교 '복식수업', 통합수업으로 해결

▲ 학교 간 통합 수업이 통·폐합 위기를 맞고 있는 농·어촌 학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공동 수업 중인 청도 남성현초교, 칠곡초교 5학년 학생들.
▲ 학교 간 통합 수업이 통·폐합 위기를 맞고 있는 농·어촌 학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공동 수업 중인 청도 남성현초교, 칠곡초교 5학년 학생들.

초등학교 5학년 박소영(11·청도군 화양읍) 양은 요즘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재미에 학교 가기가 한층 즐겁다. 모교인 청도군 남성현초교로 오전 8시까지 등교하지만, 수업은 학교에서 내주는 택시를 타고 10분가량 떨어진 청도군 칠곡초교에서 받는다. 전교생이 똑같이 24명에 불과한 두 학교가 복식수업(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형태)을 피하기 위해 4월부터 학생들을 교류하고 있기 때문. 박 양은 "우리 학교 5학년은 전부 3명밖에 안 되는데, 그 학교에 가니 합해서 9명이 됐다."며 "같은 또래의 친구들도 더 생겼고 조별 수업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학생수 감소, 복식 수업 등 열악한 교육여건인 농·어촌의 소규모 초교에 '학교 간 통합 수업'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 부족에 시달리는 학교들끼리 교류함으로써 복잡한 통·폐합 절차 없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 청도군 이서면 칠곡초교와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초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3월 개학 때만 해도 두 학교는 복식수업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어 보였다. 남성현초교는 전학년이 4개 학급으로 1·2학년, 3·5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는데 같은 사정이었던 칠곡초교와 결연을 맺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남성현초교 5학년 3명을 칠곡초교로 보내고, 칠곡초교 3학년 2명과 4학년 4명을 남성현초교에 보내 단식 수업이 가능한 8명 이상의 학급을 이룬 것.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독서 등 아침 활동을 마친 뒤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택시를 타고 이웃 학교로 간다. 오전 시간에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를 공부한 뒤 오후에는 자기 학교로 돌아가 체육 등 복식이 가능한 수업을 받는다.

김응삼 남성현초교 교장은 "교사 한 명이 2개 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복식 수업을 하면 한 학년 진도를 나가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남의 학교'라고 서먹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내에서 현재 이와 같은 교과 통합을 포함해 재량활동, 체험행사 등을 인근 학교와 함께 하는 초교는 분교장을 포함해 모두 188개교. 경북 전체 초교 594개 가운데 32%에 가깝다. 전교생 100명 미만 초교가 56%(336개교)에 이르는 경북 농·어촌 학교들의 자구책인 셈이다.

경북도 교육청은 지난해 영천 임고초교와 인근 분교장을 묶어 시범 통합수업을 하고 있으며, 청도 교육청은 지난해 시작한 방지초교와 문명분교 통합수업이 좋은 평가를 얻자 올해 칠곡초교와 남성현초교, 매전초교와 유천초교 등 4개 학교를 추가하는 등 통합 수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방지초교는 월~금요일 분교 3~6학년생 14명을 스쿨버스에 태우고 본교로 와 같은 학년과 공동 수업하고 있으며, 매전초교 등은 주 3일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등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현재 20%에 이르는 초교 복식수업의 문제점이 학교 간 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도현 장학사는 "학교 간 통합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학교를 폐교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이라며 "통학버스를 지원하는 등 적극 장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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