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대곡분교와 초교 교사 이오덕, 그리고 시집 '일하는 아이들'

1. 이오덕 선생이 엮은 농촌 아이들의 시 모음집
1. 이오덕 선생이 엮은 농촌 아이들의 시 모음집 '일하는 아이들'의 시는 주로 안동 대곡분교 학생들이 쓴 것이다. 10년 전 폐교된 쓸쓸한 학교 풍경은 농촌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박스 안은 10년 전 폐교됐다는 것을 알리는 교적비) 2. 이오덕 씨의 시 모음집인 '일하는 아이들'.

오랫동안 농촌벽지의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이오덕 씨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밥도 나눠 먹고, 함께 험난한 산길과 개울을 건너 학교를 오가며, 논밭에서 같이 일하고, 집안 일을 서로 상의했다. 또 그 모든 일들에 대해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아동문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그가 엮은 농촌 아이들의 시 모음집 '일하는 아이들'에는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농촌 어린이들의 투박하지만 정직한 목소리를 담은 27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 도시 문명에 주눅들지 않은 싱싱하고 당당한 육성으로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농촌의 자연, 일과 뗄 수 없는 자신들의 생활조건 등을 기록하고 노래했다. 쓰인 시기는 1958년부터 1977년까지 20년 동안이다. 학교별로 보면 안동 대곡분교가 149편으로 가장 많다. 이오덕 선생은 대곡분교에서 3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다.

안동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대곡분교는 대성초등학교로 승격됐다가 10년 전 폐교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카시아나무들 속에 교사 2채와 운동장이 아담하게 남아있다. 학교 입구에는 '1946년 3월 1일 개교하여 졸업생 503명을 배출하고 1997년 3월 1일 폐교되었음'이라고 쓰인 교적비가 쓸쓸하게 서있다.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학교 유리창은 깨져 을씨년스럽다. 학교를 관리하고 있던 주민 박재희(75·여) 씨는 "아들과 딸이 이오덕 선생에게서 배웠다."면서 "외지 사람들이 가끔씩 찾아온다."고 말했다.

우리는 촌에서 마로 사노?

도시에 가서 살지.

라디오에서 노래하는 것 들으면 참 슬프다

그런 사람들은 도시에 가서

돈도 많이 벌일 게다.

우리는 이런 데 마로 사노?

지난 1969년 당시 안동 대곡분교 2학년이던 김종철의 시 '촌'은 어린이다운 어휘로 도시와 농촌 간 문화격차의 모순을 잘 드러낸다. 시를 쓴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제는 모두 장년이 됐고 대부분 외지로 나갔을 것이다.

이오덕 씨는 이 책 말미에 "이 시집에 시를 쓴 아이들은 지금 거의 모두 40대의 장년이 되어 우리 역사의 가장 힘겨운 고비를 넘기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그 어린 시절에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살던 그 몸과 마음을 잃지 않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온갖 어려운 일들을 잘 이겨내면서 바르고 착하게 살아가리라 굳게 믿습니다."라고 썼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가는 길=승용차로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에서 내린 뒤 안동시내를 거쳐 임동면 쪽으로 가다 보면 긴 교량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 예안 방면으로 달린다. 가다가 갈림길을 만나도 계속 직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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