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타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씨의 생가를 두고 '고인의 평소 뜻을 살려 헐어야 한다.'는 주장과 '잘 보존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권 씨가 평생을 의지해 온 생가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언덕 아래 개울가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1980년대 초반까지 이 마을 교회 종지기를 하며 교회 담벼락에다 덧지붕을 얹어 만든 조그마한 방에서 기거하던 권 씨에게 1982년 마을 청년들이 나서 터를 닦은 뒤 흙벽돌을 찍고 슬레이트로 지붕을 이어 지어준 토담집이다. 건평이라고 해 봐야 고작 7평 정도에 부엌과 작은 방 두 개가 나란히 이어진 집으로, 생전 권 씨가 쓰던 책상과 책꽂이, 몇몇 수납장 외에는 집 전체가 책으로 꽉 차 있다.
마흔다섯 살 때부터 올해까지 약 25년 동안 기거해 온 이 집은 '몽실이'와 '한티재 하늘 아래', '강아지똥' 등 권 씨의 대표작품 집필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22일 권 씨의 안동지역 지인들이 권 씨와 함께 지내온 조탑리 주민들을 초청, 음식을 대접하며 그동안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서 생가 철거 논란이 벌어진 것.
집을 지을 당시 참여했던 주민들 일부와 권 씨 지인 몇몇은 "무소유주의자인 권 씨가 생전에 '내가 죽게 되면 오두막집이 흉가가 되니 헐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권 씨가 우리를 볼 때마다 집을 헐어 자연으로 깨끗이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해 왔다."며 생전의 권 씨 뜻대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 철거를 바라는 권 씨의 육성이 녹음된 게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 씨의 누나와 동생 등 유족들과 '권정생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은 생가 철거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픔과 분단, 고통이 선생님의 삶 자체"라며 "유일한 유산인 생가를 보존해 선생님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런 작은 집에 사시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동화책을 쓰셨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며 보존을 주장했다.
'권정생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최윤환 대표는 "유언장에는 장례 절차와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 인세 사용처 등에 대해서만 말하셨고 생가 철거 문제는 임종 직전까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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