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대학 진학을 결정했고 아들은 가족을 위해 대학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졸업 후 자립하는 길이 가족을 위한다고 생각한 거죠."
뇌병변 장애 1급인 아들(28)을 포함, 일가족 4명 모두가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는 홍숙자(50·여) 씨 가족. 홍 씨는 가족의 대학 진학 이유를 설명하며 "오히려 아들의 결정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홍 씨의 첫째 아들 송성규(28) 씨는 어린 시절 앓았던 뇌성마비로 하반신과 팔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홍 씨는 아들의 장애를 함께하며 28년간 아들의 손과 발이 돼 왔다. 하지만 아들이 대학에 진학할 무렵 더는 아들의 그림자가 될 수 없었다. 수업을 듣고 필기를 대신해주고 집에 데려오는 등의 온갖 일을 혼자 도맡을 수 없었던 것. 그는 활동보조인과 필기를 대신해 줄 학생을 찾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둘째 아들(22)이 대학에 진학할 무렵인 2년 전 그는 결단을 내렸다. 홍 씨와 둘째 아들이 같은 대학에 진학해 큰아들을 도와주는 것. 이에 컴퓨터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동생은 진로까지 바꾸며 형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고,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아버지 송희근(52) 씨까지 아들과 함께 대학 진학을 결정하면서 일가족이 한꺼번에 복지 학도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
사실 홍 씨 가족이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게 된 것은 첫째 아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장애인 복지에 대한 열망 때문이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갖은 편견으로 평생을 속앓이하며 살아야했던 가족은 미약한 힘이나마 장애인 복지에 보탬에 되고 싶었던 것. 특히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첫째 아들은 "노인이나 장애인 모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심리 치료나 상담 활동을 통해 이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홍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 그는 "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조그마한 타운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장애인 형을 뒀다는 이유로 친구의 따돌림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동생 역시 가족과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 이에 홍 씨는 "둘째 아들의 헌신이 없었다며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가족을 위해 살아준 둘째 아들에게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둘째는 형의 대학 졸업을 위해 군복무도 미룬 상태였다. "세상이 장애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외면한다면 우리 가족만이라도 세상과 소통을 해야지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많은 장애인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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