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돌아왔어요.'
국사봉(727m) 밑자락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이 마을에 들어서면 여느 마을과는 달리 봄새 울음 대신 제비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즘 도시는 물론 농촌에도 보기 힘든 제비다. 처마 밑 제비 둥지에서는 며칠 전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잇감을 달라고 '지지배배'하며 합창을 하고 있다. 마을 41가구 중 제비집이 없는 집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 1개는 기본이고 2, 3개씩 제비집이 있는 가구도 있다.
최철영(40) 씨는 "자취를 감췄던 제비가 돌아오니 기쁘지요. 둥지로 연방 벌레를 물어나르는 어미 제비를 보고 있노라면 옛 정취가 되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엄종남(58) 마을 부녀회장은 "귀찮지예. 특히 제비들이 집을 지을 때 마루에 진흙을 떨어뜨리거나 똥을 쌀 때는 집을 떼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그때뿐이고요. 제비는 복을 가져다 준다잖아요."
사곡리에 제비가 다시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 농약이나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이용해 벼농사를 짓고, 수수나 마늘, 양파, 고추 농사에는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했다. 2005년도에는 전체 41개 농가 중 농사를 짓지 않은 7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이때부터 개울에는 다슬기와 가재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몇십 년 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제비가 찾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올해는 그 숫자가 부쩍 늘었다.
최종봉(56) 마을 이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농산물도 비싸게 팔아 수입도 늘었다."며 "친환경농법이 자연생태도 살리고 마을경제도 살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천·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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