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분포된 멜라닌세포는 멜라닌이란 물질을 만들어 피부에 고루 퍼지게 함으로써 햇빛에 의한 피부손상을 막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주근깨, 몽고반, 오타씨모반, 청색모반 등 피부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점과 같은 이상현상은 대개 멜라닌세포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멜라닌세포에서 발생하는 점처럼 생기는 질환들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이 '악성 흑색종(이하 흑색종)'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발병률이 매우 낮아 일반인이나 심지어 피부과 의사들조차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최근에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가까운 미래에 중요한 질병의 하나로 대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발생빈도와 종류=일종의 피부암인 흑색종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장담할 정도로 경과가 좋지만 진행된 후에는 인체에 생기는 여러 암 중에서도 지극히 불량한 암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매년 3~8%비율로 늘고 있는 흑색종은 조기진단과 치료의 발달로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당 발생률에 대한 조사가 없이 병원별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대학교병원 환자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2000~2006)사이 흑색종 환자(0.201%)는 이전 7년(1992~1999)에 비해 2배(0.124%)정도도 증가했다.
흑색종의 형태는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손과 발바닥과 점막, 발톱부위에 생기면서 짙은 갈색을 띠며 편평하고 불규칙한 경계부가 특징인 '선단 흑자성 흑색종' △다리와 등에 생기며 갈색에 분홍, 백색, 회색, 청색이 섞인 색을 띠며 경계부가 융기되는 '표재 확장성 흑색종' △코와 빰, 관자놀이에 생기며 다양한 색깔을 띠거나 아예 색이 없는 '악성 흑자 흑색종' △잘 나타나는 부위가 별도로 없이 정상피부나 기존의 점에 생기는 '결절성 흑색종'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선단 흑자성 흑색종(52~80%)이 가장 많이 생기며 발생부위도 발과 손, 몸통과 안면 순으로 나타난다.
◆발생 위험인자=햇볕에 노출되는 것이 흑색종 발생에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전체 2/3에 해당한다. 다음이 유전적 요소로 전체 10%내외의 가족적인 내력이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햇볕을 쬐면 잘 붉어지지만 검어지지는 않는 사람이나 주근깨가 많은 흰 피부를 지닌 사람(백인종) 등에게 잘 발생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인의 경우는 주로 손발의 사지 말단부에 발생하기 때문에 햇볕과는 관계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며 유전적 요인도 현저히 적다. 대신 상처를 입기 쉬운 신체 말단부에 많이 발생하므로 외상과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몸에 점이 많아도 흑색종의 증가율이 높아지는데 흑색종의 1/3에서 이전에 존재하던 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과 임상양상=모양이 일정하지 않는 점은 흑색종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흑색종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점에 비해 점 경계가 불규칙하고 좌우 비대칭적이며 직경이 10mm이상의 큰 점이라면 한번쯤 흑색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손과 발에 있고 크기가 크고 얼룩덜룩하며 점차적으로 커진다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흑색종은 피부 종양으로부터 림프절 전이 또는 전신 전이의 유무가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일찍 발견해 전이가 없는 경우는 종양의 두께와 궤양의 있고 없음이 중요하다.
이 때 궤양이 없는 1mm이하 종양의 5년 생존율은 95%인데 반해 궤양이 없는 4mm이상의 종양은 45%로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발견 당시 이미 두께가 중간(1~4mm)이상인 경우가 많고 전이도 진행돼 상대적으로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흑색종은 매우 불량한 피부암이지만 조기에 진단,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특이한 질병이다. 따라서 몸에 생기는 점을 무심코 넘기지 말며 특히 중년 이후 사지 말단부에 생겨 점점 커지는 점이나 얼굴과 몸에 지나치게 큰 검버섯이나 아주 검은 구형의 점은 피부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도움말·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석종 교수(대한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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