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동산 경매시장은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익률이 떨어져서, 낙찰이 잘 안돼서 불황이라는 뜻이 아니다. 팔 물건이 워낙 적다보니 '아예 장이 서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경매 참여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매물에 비해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인기있는 물건의 경우,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다만 말 그대로 물건이 없을 뿐이다.
대체로 시장이 호황이면 경매는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워낙 장기간의 불황이 이어지다보니 경매시장까지도 위축된다는 풀이. 시장이 호황이면 시중에 돈이 잘 돌고, 기업이 많은 이윤을 거두기 때문에 부도날 일도 없다. 일반 상점들도 장사가 잘 돼서 은행 빚을 못갚을 이유가 없고, 서민들도 갑작스런 사고만 없다면 집을 떼일만큼 살림살이가 위축될 일이 없다. 반대로 불황이면 경매시장에는 물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현재 경매시장은 지나치게 불황이 길어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방어적인 경영을 하면서 신규 투자를 극히 꺼린다. 수익을 현금 보유로 돌리다보니 부도날 일이 없다. 채산성이 떨어져도 현상태를 유지하기에 급급하다는 말이다. 상인들도 잔뜩 웅크린 채 사업 확장을 꺼리고, 신규 창업도 크게 줄었다. 아울러 대구지역 곳곳에서 재개발 붐이 일면서 천문학적인 돈이 시중이 쏟아졌다. 과거 1억 원짜리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은행 대출을 5천만 원 밖에 받지 못했지만 재개발 보상금으로 10억 원을 받으면서 은행 대출을 쉽사리 갚아버리게 된다. 경매까지 갈 일이 없어진 셈.
그렇다고 해서 경매 자체의 기대 수익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대부분 경매 물건이 최소 한 두차례 유찰되기 때문에 입찰 최저가액은 당초 감정가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대구지역의 경우, 주택은 급매물 시세에 비해 70~80%, 아파트는 90% 가격에 경매 물건을 낙찰받았다면 성공적인 투자라고 경매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낙찰 비용에는 임차인에 대한 '정리 비용'까지 포함된 경우다. 특히 최근 들어 재개발 호재가 있는 단독 주택은 낙찰가율(전문가들이 감정한 금액과 실제 낙찰된 금액의 비율. 감정가액이 1억 원인 아파트가 1억 원에 낙찰됐다면 낙찰가율은 100%)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난달에는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감정가액보다 비싸게 낙찰받았다면 손해보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재개발과 같은 향후 기대 수익을 따지기 때문에 결국 손해는 아닌 셈이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리빙정보(주) 하갑용 대표이사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올해는 경매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달서구나 서구지역 단독주택은 재개발 기대심리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은행권에서 대출 금리를 차츰 높이는 것도 경매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을 예고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이자에 대한 서민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빚 갚기를 포기하게 되고, 금융기관은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 신청을 늘릴 수 있다는 것.
또 작년 말을 전후로 부동산 가격이 꼭지점에 달했을 때 무리한 빚을 내거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 과중한 부동산 세금과 금융권 대출이자 상환 부담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부동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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