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매시 주의사항

24평형 아파트에 살던 김모 씨는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경매에 참여했다. 시세대로 매입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경매에 눈을 돌린 것인데 마침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왔다. 법원 감정가는 1억 2천만 원. 김 씨는 1억 3천 5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감정가보다 훨씬 비싸기는 하지만 1억 6천 500만 원에 이르는 주변 시세에 비하면 3천만 원이나 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낙찰받은 뒤 아파트를 방문해보니 선순위 임차인이 있었다. 아파트가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경우는 대개 금융기관(또는 개인)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 아파트를 담보로 정하는데(근저당 설정), 이런 근저당 설정이 있기 전에 전세이든 월세이든 보증금을 내놓고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을 선순위 임차인이라고 한다. 임차보증금은 무려 7천만 원. 마침 법원에 임대차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김 씨로서도 알 수 없었던 것. 물론 실제 경매에서 이런 임대차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김 씨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봤지만 임차금액을 물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김씨는 입찰보증금(입찰가액의 10%) 1천 35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경락을 포기하고 말았다. 경매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앞서 사례에서 등장한 선순위 임차인을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주인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마지막 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아갈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물건은 경매에서 인기가 없다. 보증금을 떠안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대부분 임대차 관계가 깨끗한 물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 물건, 특히 건물은 99%가 임대차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대항력'이 없는, 즉 근저당이 설정된 뒤에 들어온 임차인의 경우도 문제가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 3천 50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지만 보증금이 단 돈 1만 원만 넘으면 한 푼도 임차인은 받을 수 없다. 아울러 보증금 반환 여부를 떠나 "옮겨갈 곳도 없고,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임대차 계약으로 거주하고 있든지, 아니면 무단으로 이사와서 살든지 집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선뜻 이사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럴 경우, 법원에 '인도명령신청'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원 경매를 통해 집을 샀는데 현재 거주자가 비워주지 않고 있으니 '정리해달라'는 요청이다.

법원에서 인도명령 결정이 내려지면 집행관들이 용역회사 직원들과 함께 강제집행에 나선다. 결정 이후 실제 강제 집행에 나서기까지 2개월 정도 걸린다.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가재도구를 함부로 길가에 내어놓지는 못한다. 집 주인은 2개월까지 컨테이너 등에 보관해줄 의무가 있는데 이 비용만 100만 원을 훨씬 넘어선다.

아울러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평당 6만 원씩 이사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33평형 아파트라면 이사비용만 198만 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새 주인은 집을 비워주지 않는 임차인 등에게 이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받아내기는 극히 어렵다. 때문에 경매 전문가들은 "만약 대항력 없는 임차인이 집 비워주기를 거부할 경우, 200만 원 이하를 이사 비용으로 주고 해결할 수 있다면 인도명령신청까지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이처럼 실제 경매에서는 낙찰 이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훨씬 더 크다. 때문에 섣불리 경매에 나서기보다는 철저한 권리분석과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1. 어설픈 지식으로 덤벼들 지 말 것. - 혼자서 공부한 뒤 시험삼아 입찰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지만 권리분석이나 낙찰 후 문제점 등에 대처하려면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경매정보회사가 마련하는 경매과정을 반드시 이수하는 것이 좋다.

2. 권리분석을 철저히 할 것. - 주택이나 농지, 아파트, 공장 등 물건의 종류마다 주의해야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울러 제 3자가 채무자를 대신해서 빚을 갚는 대위변제가 발생하면 후순위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

3. 현장 조사를 반드시 할 것. -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집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할 지라도 도로와의 거리, 인근 주거환경, 주변 시세 등을 분석하기 위해 반드시 관심있는 물건이 있는 현장에 가봐야 한다. 사진이나 도면만 믿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4. 입찰 현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 것. - 입찰가를 써내기 전 법정 주변에서는 정보를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특정 물건의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서 또는 그릇된 정보만 믿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5. 투자기간에 맞춰 물건을 정할 것. - 값이 떨어진 물건은 그만큼 문제가 많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충분한 시간과 자금력이 있다면 도전해볼만 하지만 단기간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포기해야 한다. 물건 정보는 혼자만 아는 것이 아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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