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토니상 7개 부문과 그래미상 수상, 1989년 영국 극장사상 최장기 공연, 1991년 미국 공연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투어 공연, 1997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 명품 뮤지컬 '캣츠'가 지니고 있는 각종 기록들 중 일부다.
'캣츠'는 전 세계 6천500만 명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지만, 그것이 탄생하기까지는 산고의 과정을 거쳤다.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가지고 있다. '캣츠'는 뮤지컬계 미다스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 작품이다.
웨버는 15년간 호흡을 맞춰 흥행작을 만들어 온 극작가 팀 라이스와 결별한 뒤 첫 작품으로 엘리어트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캣츠'를 제작했다. 당초 웨버는 '에비타'를 연출한 해롤드 프린스에게 연출을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그의 거절은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키는 발단이 됐다. 웨버가 카메론 메킨토시의 추천을 받아 최종적으로 선택한 인물은 로열셰익스피어극단 예술감독 트레버 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업 작품을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트레버 넌이 뮤지컬을 만든다고 했을 때 실패할 것으로 믿었다.
또 '캣츠'가 초연된 뉴런던시어터는 10년 동안 한번도 성공작을 낸 적이 없어 '재수 없는 극장'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후원을 거부했고 초연 바로 전날 겨우 공연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여주인공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2주 공연이 늦춰지는 우여곡절 끝에 막이 오른 첫 공연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커튼콜을 하려는 순간, 폭탄 소동이 일어나 관중과 출연진이 대피하느라 박수를 받기는커녕 스태프 모두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캣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제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메모리'다. 지금은 주옥 같은 곡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제작 단계에서는 빠져 있었다. '주인공은 항상 늦게 등장한다.'는 속설처럼 '메모리'도 막차를 타고 '캣츠'에 합류했다.
연출가 트레버 넌이 클라이맥스가 부족하다고 재촉하자 웨버는 하룻밤 사이에 '메모리'를 작곡했다. 웨버가 곡을 들려주자 트레버 넌은 "오늘이 며칠이고 지금이 몇 시인지 기억하시오. 지금 세계가 놀랄 만한 명곡을 들었습니다."라고 흥분했다.
트레버 넌의 말대로 '메모리'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유명 가수들에 의해 180여 차례 레코딩 됐으며 그래미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토록 어렵게 탄생한 '캣츠'가 대박을 터뜨릴 줄 당시 제작자들은 과연 알았을까?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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