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탄일 봉암사 등산객들 '고행의 점심공양'

석가탄신일인 24일 한국 불교 조계종 최고 학사(學寺)인 문경 가은 봉암사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연중 석가탄신일 하루만 산문을 개방하는 이곳에서 등산객들이 희양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봉암사로 들어가 점심을 먹겠다며 밀고 들어가려다 스님들 제지에 걸린 것.

대부분 서울에서 온 등산객들은 "사찰을 개방하는 날 왜 출입할 수 없느냐."고 항의했고, 막아선 스님들은 "국가 지정 유전자 보존림에다 사찰림이어서 통행이 안 된다."며 맞섰다.

이들 등산객들은 일부 수도권 여행사들의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봉암사 답사'라는 미끼에 속아 '희양산 산행 후 봉암사 점심 공양'이란 1인당 3만 5천 원짜리 관광 코스를 따라 나섰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이들은 "등산을 마치고 바로 절에 들어갈 수 있는 줄 알고 어려운 발걸음을 했으니 이번만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봉암사는 "비록 산문을 개방하는 날이기는 해도 정문으로 들어와서 점심 공양을 해야지, 등산로를 통해 들어오면 '스님들의 공부하는 선방'으로 국내 최고 역사와 전통에다 엄격한 규율 적용으로 유명한 사찰의 명성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끝까지 입장을 막았다.

일부 등산객들은 결국 지친 다리를 끌고 완전히 하산을 했다가 원하는 사람은 다시 절 정문을 통해 들어가 허기를 때웠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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