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행자 안전 위협하는 '보차도(步車道)'

차량 진·출입 위해 인도가 차로로 둔갑…행인들 차 피해 걸어 '황당'

▲ 보차도 탓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녀야 할 인도가 위협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보차도 탓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녀야 할 인도가 위협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지하철 2호선 성서공단역에서 성서우체국으로 가는 인도. 우체국 앞의 보차도를 통해 들어온 차들은 80m 구간을 따라 열을 맞춰 불법 주차돼 있었고 그 옆으로는 또 다른 차들이 인도를 통해 옆 공터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터에서 나오는 차들 역시 먼지를 일으키며 인도를 거쳐 도로로 나갔고 이 때문에 행인들은 인도에서 차를 피해 걸어다니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했다. 폭 5m 남짓의 인도를 차와 사람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보행자가 위협받고 있다. 보행자들의 안전지대인 인도와 횡단보도가 보차도(步車道: 도로에서 건물이나 주차장으로 나들기 위해 인도 일부분을 차로로 사용하는 공간) 탓에 차들에게 점령당한 것. 이 때문에 인도와 횡단보도가 차량 진·출입로로 변해 보행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관계 기관들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성서우체국 인근 공터의 경우 1990년 마련된 달서구 이곡동 1252-3번지 달서구청 분구 예정부지로, 현재 4천여 평의 빈 터가 임시 무료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차도가 임시 무료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와 20m 이상 떨어져 있어 인도가 차들의 이동로로 사용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은 공터에 있던 차들이 드나들 때마다 사고 위험과 먼지에 불편 및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민아(14) 양은 "이곡동 주택가로 가려면 지하철에서 내려 이 길로 올 수밖에 없는데 인도 위로 차들이 지날 때면 아찔하다."고 했다.

당황하기는 운전자들도 마찬가지. 이곳에 주차하기 위해 인도로 들어선 한 운전자는 "입구를 찾느라고 한 블록을 돌았다."며 "처음 이곳을 이용하는데 적잖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지 관리 및 주차시설 설치를 놓고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제의 부지는 달서구청 소관이고 달서구민이 주 이용자기 때문에 구청에서 사업비를 확보해 주차장 관련 설비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달서구청 관계자는 "현재 소유자가 대구시여서 법적 관리감독책임은 대구시에 있다."며 "그러나 보차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민 편의를 위해 임시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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