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또 하나의 '가정'

최근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의 결혼은 우리에겐 무척이나 낯선 사건(?)이었다. 남자였던 여자와 남자의 이 결혼은 유가적 가치관이 아직도 뿌리깊은 우리사회가 어쩌면 앞으로 엄청나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기야 하리수의 남편인 미키 정이 집에서 쫓겨났을 만큼 아직도 우리네 관념의 벽은 높다. 하지만 연예인 홍석천이 동성애 사실을 커밍아웃했을때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얼마 안가 가라앉았다. 윤리의 잣대로만 보기보다 '다름'의 시각으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미국사회에서도 여전히 핫 이슈인가 보다. 지난 22일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한 장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 부부가 이날 태어난 외손자를 안고 미소짓는 사진이다. 일견 평범한 이 사진이 지구촌의 화제거리가 된 데는 '강경보수파 부통령의 동성애자 딸의 출산'이라는 묘한 함수관계 때문이다.

체니 부통령은 미국 정계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동성애 합법화나 낙태권 등의 첨예한 사회 문제에서 반대 입장에 서왔다. 반면 이번에 출산한 둘째 딸은 널리 알려진 동성애자로서 부모의 속을 무던히도 썩여왔다. 이번 출산도 임신문제만큼은 미스터리다. 재미있는 건 보수 윤리로 무장된 체니 부통령도 어쩔 수 없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딸의 임신 사실 공개때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고, 이날 출산에 대해서도 비록 짤막하게 한마디에 그쳤지만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의 인기 TV 토크쇼 '로지 오도넬쇼'의 사회자이자 영화배우인 로지 오도넬은 미 연예계의 대표적 동성애자. 3년 전, 부시 대통령의 동성간 결혼금지 헌법 개정 제안에 항의,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결혼증명서를 받은 그녀는 2명의 자녀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두 살짜리 여아를 또 입양하려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뉴욕주와는 달리 플로리다 주법의 동성애자 입양금지 조항 때문이었다.

우리사회에서도 이른바 性(성)적 취향, 성적 정체성에 따른 새 가정형태가 돌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족형태가 가치있는 전통윤리의 붕괴를 몰고올 위험성도 없지 않다. 다가올 충격과 갈등,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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