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술 못하는 남편과 술잔 맞대고파

술을 좋아하시고 사람을 좋아하셨던 친정아버님께서는 환갑을 넘기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그 후 12년 동안 누워만 계시다가 그렇게 즐겨하시던 술도 더 이상 드실 수 없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 후, 아버님이 그리워질 때면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

사춘기 시절, 술 드시고 들어와 잔소리하시면 그게 그렇게 싫어 난 절대 술 안 먹는 사람과 결혼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답니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결혼해서 살다보니 남편과 의견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 마찰이 생길 때면, 술 한잔하면서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한잔하면서 얘기 좀 하자." 했더니 남편은 화를 내며 싫어했습니다. 그 후로 술 얘기는 못했었는데 지금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저의 주도로 술 한잔씩은 합니다.

둘이 하나되었다는 의미로 21일이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오늘 같은 날도 둘이 마주 않아 술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남편은 출장 중이라 아쉬움을 글 쓰기로 대신합니다.

내년 부부의 날에는 꼭 한잔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술잔 속에 행복과 기쁨이 넘치길 기대해봅니다.^^

강인례(대구시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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