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인 진성희(가명·34·여) 씨는 최근 반찬 용기를 모두 사기 그릇으로 바꿨다. 쓰기 편리해 한때 다량 구입했지만 플라스틱 용기 유해성에 대한 불안감에 모조리 치워버린 것. 순대가 먹고 싶어 남편에게 스테인리스 용기를 내주며 '여기 담아와요.' 했다가 '정말 별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진 씨는 "안그래도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림칙했는데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태어날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싹 바꿨다."고 했다.
편리함과 내구성으로 사랑받던 플라스틱 제품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해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30, 40대 주부를 중심으로 유리나 사기 등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무겁고 깨지기 쉬워 사용이 불편하거나 투박하다는 이유로 플라스틱에 밀렸던 유리와 크리스탈, 스테인리스 제품들이 20여 년 만에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대형소매점이나 백화점에선 유리 제품과 스테인리스 제품들이 최근 20, 30%의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동 한 대형마트 유아용품 코너의 경우 지난해까지 전시했던 플라스틱의 일종인 멜라민 재질 제품 상당수를 사기로 된 유아용 제품으로 바꿨다. 플라스틱 제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 이곳 매니저 권미숙(48·여) 씨는 "아이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멜라민 재질로 만들었던 제품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매출이 떨어졌다."며 "대신 유리나 사기, 스테인리스 등 신세대 엄마들이 선호하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모 백화점에서 주방관을 담당하고 있는 조영화(30·여) 씨는 "올 들어 환경호르몬 여부를 묻고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유리와 플라스틱이 함께 쓰인 친환경 반찬통의 경우 가격이 일반 그릇에 비해 10% 이상 비싸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주방용기 전문 판매업체들도 플라스틱 제품의 비율을 줄이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스테인리스와 사기 제품들의 판매가 20% 이상 늘었다는 것. 여종환 마케팅 차장은 "주력 제품이었던 플라스틱 재질 상품 대신 주부들의 반응이 좋은 유리나 사기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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