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혀말기' 놀이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혀끝을 좌우로 말아 올리는데 그것이 가능한 친구와 불가능한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遺傳(유전)과 관계된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혈액형이나 대머리, 키, 성격, 색맹이 유전된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앞서 얘기한 혀말기나 보조개, 귓불의 도톰한 정도, 이마선, 미맹(쓴맛을 느끼지 못함)도 유전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심지어 엄지손가락이 굽는 것과 안 굽는 것도 유전에 속한다. 이 정도면 인간의 형질에 유전과 무관한 것이 없을 듯하지만 신기하게도 지문이나 손금, 손가락의 상대적인 길이 등은 유전과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흥미를 끌어 온 것은 검지(둘째 손가락)와 약지(넷째 손가락)의 길이에 대한 연구다. 최근 영국의 한 심리학자가 두 손가락 길이를 연구해 재미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바스 대학 마크 브로스넌 교수는 검지에 비해 약지가 긴 아이일수록 언어보다 수학 능력이 뛰어나고 반대로 검지가 길면 언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태아 때 자궁에서 각종 호르몬에 노출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되면 약지가 길어질 뿐 아니라 수리'공간 지각 능력에 관계된 두뇌 부분이 발달하지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검지를 길게 하고 두뇌의 언어능력 부분을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대부분 약지가 검지보다 짧거나 길이가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여성은 검지보다 긴 약지를 갖고 있는데 이런 여성은 타고난 스포츠 스타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몇해 전 발표되기도 했다. 또 미국의 한 과학자는 약지가 예외적으로 긴 남성은 자폐증, 말더듬, 면역 기능 이상 등의 위험이 높고 상대적으로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약지가 특별하게 짧은 남성은 심장질환이나 불임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手相學(수상학)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과학자들이 통계치를 갖고 비슷한 내용을 계속 발표하는 것을 보니 '오늘의 운세'보다는 신빙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해 더욱 흥미롭다. 다섯 손가락 중에서도 서로 길고 짧음을 다투는 손가락이 있다니 재미있는 현상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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