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바닷가 홀로 서 있는 등대처럼 우리의 낭만과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이런 선입견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주요 등대들이 1910년 한일강제병탄을 전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기 싶다. 대한제국 시기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 등대는 불행하게도 독립적인 근대국가와는 무관하게 침략자들의 배를 인도하는 '제국의 불빛'으로 작동했다. 등대는 제국의 확장을 돕는 '첨단과학'이었고, 우리의 역사와 한반도로 밀려드는 세계사의 파동이 깊게 새겨진 기억과 시간의 저장고인 셈이다.
역사민속학자이면서 해양문화사가인 저자는 등대의 왜곡된 낭만적 이미지를 깨부숴버린다. 능숙한 뱃사람도 멀미 탓에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무인 표지관리원 생활에 낭만이란…. 이 책은 통념을 뒤집어엎고 인문학적 사고가 아니면 주지 못하는 등대에 대한 인식의 환기를 이루어내고 있다. 진정한 우리의 등대를 만나보자. 584쪽, 2만 7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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