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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석] 근거중심 의학과 의료관련 기사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해서 의사보다 더 많은 의학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처럼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잘못된 의료정보로 인한 건강염려증이 많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받아들여서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믿고 있는 경우에는 진료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시대에 따라 유행처럼 번지는 몇몇 민간요법에 대한 일부 언론의 관심과 기사화된 내용을 보고 환자들이 그대로 따라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한 의료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요즘 의료계에서도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이 대세이다. 과거에는 단편적인 임상경험과 질병의 병태 생리기전에 의거해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했으나, 요즘은 무작위 대조실험이나 과거 논문들의 체계적 고찰 및 메타분석 등을 통해 임상적 응용이 가능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해 진단과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근거중심의학의 장점은 과학적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근거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 매체에서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나 새로운 의료기술을 다루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한 기사를 보고 절박한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받기 위해 그 기술을 개발한 곳으로 몰려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다룰 때 언론이 조금 더 신중하고 충분한 검증을 거친 다음 발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 매체에서 획기적인 암 치료법 개발 소식을 특종으로 전하더라도, 대부분 내일 당장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연구실 실험 수준 단계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동물실험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가지고 학회지에 논문 발표를 하고, 다시 이것을 다른 전문가가 재검증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과해야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입증된 치료 효과가 미미하거나 혹은 부작용이 심해서 결국 새롭게 개발된 치료법이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근거중심의학의 핵심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이 연구의 증거가 확실한 것인지 그리고 이 연구의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 그 다음은 임상연구의 대상자 수가 충분한지를 따져보아야 된다.

또한 연구결과가 다른 연구에서도 검증이 되는지 여부와 이러한 연구결과가 특정 환자에게 적용이 되는지를 살펴야 된다. 만약 암환자 1천 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중 1명이 자신만의 민간요법으로 암이 치료가 되었다고 해서 나머지 999명에도 그 민간요법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권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가? 주변의 언론 매체들을 보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면역요법 또는 해독요법 같은 대체의학들이 상술에 의해 과대포장되어 기사화되거나 광고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로서는 별다른 여과 없이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릇된 지식을 전달받게 된다면 여기서 생기는 부작용도 많을 것이다.

요즘 매일신문의 건강란을 읽다 보면, 의학담당 기자의 노력 덕분으로 과거에 비해 의사인 필자가 보더라도 상당히 심도있고 전문적인 의학 지식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건강 관련 지면중 '근거있는 건강상식'은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의료정보를 의학적인 근거하에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하고 있어 인상이 깊었다.

앞으로 매일신문에서 다루는 의료정보 관련 기사들이 근거중심의학에 의거해 충분한 의학적 검증을 거친 다음 작성된다면 독자들이 올바른 건강관련 지식을 쌓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동욱(대평리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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