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맹렬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상품은 주가지수가 오르는 만큼 예금이자를 더 쳐주는 구조를 갖고 있어 주식시장 활황세를 맞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ELD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은행들은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실제 상당수 상품이 정기예금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상품은 '녹아웃(Knock-out·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 너무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주도록 설계된 상품)'형으로 만들어져 주가 폭등세에 울상짓는 투자자들도 적잖다.
◆네가 효자네!
대구은행은 올 들어서부터 팔기 시작한 주가지수 연동예금 종류가 30여 개(이달 22일 기준)에 이른다. 올 들어 1만 3천162계좌가 개설됐으며 2천15억 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구은행은 다음달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ELD상품 가입자의 경우, 최고 9.70%의 이자를 받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7월 6일에 만기가 되는 ELD상품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최대 12.2%를 실현할 것으로 대구은행은 예측했다.
ELD상품을 맡고 있는 이준상(대구은행 마케팅통할부) 과장은 "지난해 주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ELD상품이 평균 2.7%대의 저조한 이자밖에 못 만들어내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었다."며 "하지만 올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서면서 평균적으로 5.83%의 수익률을 기록, 지난해보다 평균 2배 이상 많은 이자를 가입자들에게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ELD상품도 수익률면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9월 만기 예정인 우리은행의 '이-챔프(E-Champ) 17호'는 최근 코스피 지수 상승에 따라 연 7.50%로 수익률이 결정됐다. 29일 만기가 돌아오는 신한은행의 '코스피200 상승형 2호'도 연 9%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수익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은행들의 ELD상품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선보인 'PGA 파생정기예금 코스피200 상승형 7-2호'와 '7-3호'는 각각 330억 원과 280억 원어치가 팔리는 등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2, 3배 많은 ELD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장미엔 가시가 있어요
지난해 7월 한 시중은행의 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한 A씨는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기분이 들떠 있었다. A씨가 가입한 코스피200 지수연동예금상품은 지수상승률에 따라 최고 18%의 예금이자를 받도록 설계돼 있었다. 원금 보장은 물론 주가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10% 이상으로 올랐으니 A씨는 즐거웠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해당 지수연동예금 상품이 '녹아웃(knock-out)'돼 수익률이 0%로 고정됐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녹아웃은 주가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일정부분 이상 오르면 수익률이 0~5% 사이로 고정되는 규정이다.
이 시중은행이 지난해 7월 판매한 ELD상품은 최근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 규정에 따라 '녹아웃'돼 수익률이 0%로 확정된 것. 이 상품은 설정 당시 코스피200 지수가 159.69로 주가 상승에 따라 최고 18%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이 30%(207.61)를 '때려버리면' 수익률이 0%로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결국 최근 코스피200 지수가 208을 가뿐하게 넘겨버리면서 만기를 2개월여 앞두고 가입자들이 원금만 손에 쥐어야 하게 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이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판매한 상품들도 녹아웃 지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두 상품 중 하나는 20%를 초과할 때 5%로 녹아웃되고, 또 하나는 30% 초과할 때 3%로 녹아웃되는 구조.
녹아웃형 상품은 지수 상승과 함께 수익률이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수익률이 그 이하로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ELD는 녹아웃으로 수익률이 확정되더라도 만기 때까지 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ELD상품 중 '양방향형'으로 불리는 것이 '녹아웃' 상품인데 투자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투자자 스스로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주가가 낮을 때 가입한 뒤 만기 때 주가가 올라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 ELD"라며 "최근엔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나중에 떨어질 경우, 원금만 건질 수 있으니 이런 변수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