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스타트 운동' 한 달)제천시 '북스타트 플러스'

엄마들 품앗이 교육 "학원 필요없어요"

▲ 제천시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엄마와 아기를 위한 동아리
▲ 제천시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엄마와 아기를 위한 동아리 '북스타트 플러스'를 조직, 북스타트 운동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북스타트 운동에서 배운 것들을 소재로 엄마들끼리 모여 가르치는데 학원 조기교육이 따로 필요 있나요?"

4형제를 둔 김문숙(32·여·충북 제천) 씨는 지난해 막내 아들(3세)을 위해 그동안 살던 아파트에서 기적의 도서관 인근 주택으로 이사했다. 현재 집은 도서관에서 걸어서 2분 거리. 아이들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또 도서관 놀이터에서 '논다'.

"북스타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조기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정말 실감하겠더군요. 북스타트 강좌에서 책과 친해진 아이들은 집중력이 몰라보게 높아지더군요. 한글은 몰라도 무슨 책 하면 뛰어가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펴고요."

김 씨는 지난해 2개월의 북스타트 과정을 마치고 도서관으로부터 동아리를 조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도움을 줄 테니 엄마들이 중심이 돼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을 이어가자는 것. 일종의 품앗이 교육인 셈이었다. 당시 강좌에 참여했던 20명의 엄마들 중 맞벌이를 하지 않는 엄마 9명이 "취지가 너무 좋다."며 흔쾌히 참가 의사를 밝혔다. 북스타트 플러스 1기 '엄마와 책이 좋아요'의 탄생이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모였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읽어주고 아이 앞에서 율동도 함께 했지요. 처음에는 멀뚱히 보고 있던 아이들이 옹알거리면서 따라하더군요."

1기 엄마들은 요즘에는 한 주에 두 번씩 모일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가장 어린 28세 엄마부터 늦둥이를 본 46세 엄마까지 여러 연령층이 모이다 보니 육아정보도 나누고 자신의 특기를 살린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

놀이 주제는 매월 초 엄마들이 역할을 분담해 정한다. 4주를 기준으로 음악, 미술, 책 읽어주기, 야외 활동 등을 진행한다. 물론 선생님은 엄마다. "공원에 가서 꽃 향기도 맡아보고 생태공원에 함께 가서 식물 이름도 배워봅니다. 함께 축구도 하고 솔방울을 찰흙판에 찍어보기도 해요."

이런 1기 엄마들의 열성적인 활동은 이후 7기까지 구성된 북스타트 플러스의 훌륭한 모델이 됐다. 이제는 북스타트 강좌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북스타트 플러스가 조직된다. 기수별로 7~12명이 활동 중이다.

16개월 아기를 둔 전희진(31·여) 씨 역시 북스타트 플러스 예찬론자다. 5기 회원으로 전 씨를 포함해 모두 8명의 회원들이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다. 전 씨는 "제천이 소도시이다 보니 교육환경이 좋은 편이 아닌데,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엄마들은 놀거리 아이디어를 찾느라 매번 시끌벅적하다. 아이들과 신문지를 찢으면서 놀기도 하고, 찢은 종이를 뭉쳐 공을 만들기도 한다. 폐병에 물감을 묻혀 도장처럼 찍어보기도 하고 비눗방울 놀이를 하기도 한다. 집에서 쓰다 남은 소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들이 직접 만든 교구다.

"집에서 혼자 기를 때보다 훨씬 좋아요. 아이들은 어울려 자라면서 규칙이나 사회성을 넓히게 되고 엄마들은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구에서도 이런 동아리를 만들어본다면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으로 딱일 것 같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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