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병주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서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총점과 석차를 보고 매우 화를 내셨다. 성적표의 내용을 분석하여 본 결과 학급 평균이 60점인데 병주는 54점으로 34명 중에 21등을 하였으며 대부분의 과목이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었다. 수학이 80점, 과학이 91점이라는 게 특이한 정도였다. 그런데 두 과목에서는 100점이 두 사람밖에 없고 과학은 90점 이상 받은 3명 중에 한 명이어서 꽤 잘한 것이다. 그러나 옆집 광호의 성적은 평균이 75점으로 전체적으로는 잘하는 학생에 속하여 있으나 90점을 넘는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보면 평균이 54점인 병주는 75점의 광호에게 비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주의 어머니는 속이 상해 많이 나무라고 말았다.
이와 같이 보편적인 학부모들은 세부적인 상황보다는 경쟁적인 전체 성적을 보고 상당한 학력 차가 있는 것 같이 생각해버리기 쉽다. 혹은 54점이니까 배운 것의 반밖에 모른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분석하여 보면 특이한 소질은 오히려 병주 쪽에 있는 것이다. 이런 특이점을 찾아내어 격려하여 주는 것이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대단히 필요하다. 방에 조용히 불러 놓고 "너는 수학과 과학에 상당히 소질이 있구나. 더 열심히 노력하여 노벨상을 탈 수 있도록 해 보아라."고 다독거려 주면서 소질을 인정해 주면 이 학생의 장래는 매우 희망차게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면에 다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옛날에는 '만물박사'라 하여 모든 면에서 박식한 사람을 인정해 주었지만 다양화된 현대에서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학부모들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성적이 모자라 전문계 고교 쪽으로 가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학생의 장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급한 판단은 학생의 앞날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옛날에는 책상 앞에서 붓만 놀리고 있는 것을 장려하며 기계를 만진다든가 기능공이 되는 것을 천시해 왔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전혀 다르다. 우리의 생각을 과감하게 떨쳐 버려야 한다. 일하며 창조하는 일터에서 개인의 소질을 중시하는 사고가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전체 성적에 구애되지 말고 하나하나의 과목에 따른 학습내용을 점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전체 성적만 가지고 학생의 미래를 평가하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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