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 교실 국사 수업 확대 '비상'

수능 국사 '필수' 지정대학 늘어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7개 사립대가 현재 고교 1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 수능부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본지 22일자 1면 보도)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국사 비중이 낮았던 고교 수업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고교 1학년 국사 수업의 수준을 종전보다 훨씬 높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정규 국사 수업이 없는 2, 3학년 때는 방과후수업을 대폭 개설해야 하는 등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일부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국사 선택 증가로 재량활동 시간을 국사 수업에 활용하게 되면 교원 부족도 생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고교의 국사 교과는 2003년 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1학년에서만 주당 2시간씩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을 뿐 2, 3학년에서는 개항 이후 역사를 따로 빼낸 한국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국사는 범위가 넓고 암기할 내용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서울대 지망 학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선택이 갈수록 줄어 내신용 과목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2007학년도 수능에서는 사회탐구(4개 과목까지 선택) 응시생 가운데 22%(2005학년도 46.9%, 2006학년도 31.3%)만이 국사를 선택해 11개 선택과목 중 7번째에 그쳤다.

국사 교사들은 "현재 고교 국사 교육은 교육과정과 입시 대비가 따로 도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현장의 사정을 모르고 자꾸 대입 제도에 변화를 주면 교실은 더욱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대 지망 학생이 많은 고교의 경우 2, 3학년 때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늘려 그 중 일부를 국사 보충수업으로 편법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서울대 지망 학생이 적은 고교는 방과후수업도 힘들어 사실상 사교육에 맡겨둔 상황이라는 것. 또 국사와 한국근·현대사가 중복됨에도 수능 출제범위가 명확히 지정되지 않아 국사 수업에서 근·현대사 부분이 아예 빠져 버리거나 이중으로 대비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국사 반영 대학 확대에 따라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국사 수업을 주당 3시간으로 늘려달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등 갑작스런 과열도 우려하고 있다.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주당 2시간 수업으로는 제대로 국사를 가르치기 힘들지만 수업 시수를 늘리거나 방과후수업을 개설할 수 있는 여건이 학교마다 각기 다르다."며 "국사교육 강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사교육 의존 문제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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