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우량 장수기업, 이 점이 다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개인의 주된 관심사인 것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량 장수기업으로 존속할 것인가는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근본 과제이자 목표다.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영속기업(going-concern)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데 반해 기업의 수명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그만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매킨지컨설팅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1955년에 45세이었던 기업의 평균수명은 1975년에는 30세로, 30년 만인 지난 2005년에는 다시 15세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40년 전에 100대 기업에 속했던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단 12개 사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는 금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깨졌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기업의 평균 수명도 더욱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의 명작 '안나 카레리나'에서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이유가 다르지만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다."고 했다. 기업경영 분야도 마찬가지다. 망하는 기업의 원인은 기업의 수만큼 숱하게 많지만, 잘 되는 기업을 보면 그 성공의 이면에는 닮은 점이 많다.

우량 장수 기업은 먼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다. 하루아침에 우량기업에서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기업들은 임직원들이 과거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변화를 거부한 반면, 성공하는 기업들은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변화를 재빨리 읽고 이에 잘 대처했다.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던 소니가 전자의 예라면, 6시그마와 아메바 조직으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한 GE와, 목재산업에서 시작하여 산업재, 이동통신부문으로 끊임없는 변신을 꾀한 노키아는 후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량 장수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비전과 정체성(identity)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이다. 우량 장수 기업의 직원들은 소속감이 강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번영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는 공동체의식이 남달리 강하다.

우량 장수 기업의 임직원들은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며',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기업의 목표와 정체성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다. 인재양성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고유의 기업 문화를 가꾸어나가는 GE, 도요타, 삼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장수 기업의 세 번째 특징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아무리 경영성과가 뛰어난 기업이라 할지라도 회계부정, 세금포탈, 정경유착, 환경오염 등 비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기업들은 오래 생존할 수가 없다. 존슨앤존슨이나 3M 등의 기업이 윤리경영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얻은 반면, 엔론과 월드컴, 유키지루시식품 등의 기업은 비윤리적 경영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윤리경영을 포함하여 건전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사회공헌과 환경경영 등 지속가능 경영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구축, 실천해나가는 것은 우량 장수 기업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경영성과가 알차고 장수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고객수요에 맞춰 사업을 재구축해 나가되, 단기적으로는 위험한 곳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며, 기업 형편이 좋을 때 방만하지 않고 더욱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창립한 후 20, 30년이 지나면, 비효율적인 조직 관리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브랜드 인지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경영상 위기를 맞는 성장통(成長痛)을 앓는 수가 많다. 기업이 이러한 성장통을 극복하고 우량 장수 기업의 대열에 들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끊임없이 충전해야 할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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