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영화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3'와 '칸의 여인'을 낳은 한국영화 '밀양'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개봉영화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공포영화 '데스 워터', '상성:상처받은 도시' 정도만이 개봉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이제 영화계의 관심은 다음주 6월 6일 개봉해 맞대결을 펼칠 '황진이'와 '슈렉 3'의 대결에 모이고 있다.
영화 '황진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멜로 연기에 앳된 이미지를 간직해온 송혜교가 매혹적인 기생으로 변신한다는 점과 드라마 '황진이'의 하지원과 비교대상이라는 점, 총 제작비 100억 원 투입, 금강산 비경과 전국의 절경을 담았다는 점 등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송혜교표 황진이'에 대한 감상평은 엇갈리고 있다.
영화는 '송혜교의 황진이'로 요약된다. 소설 속에서 창조된 '놈이'(유지태 분)가 황진이의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등장하는 것도 새롭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확실히 송혜교에게 찍혀 있다.
'지난 1년간 이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는 송혜교는 스크린 데뷔작 '파랑주의보'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장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당당하고, 어여쁜 얼굴로 관객과 만난다. 연기력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된 면모를 보인다.
영화 '황진이'는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TV 드라마 '황진이'와 계속 비교돼왔다. 드라마 '황진이'는 주인공을 기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예술인으로 그렸다. 하지원은 노력파 배우답게 춤과 악기를 배워 드라마 속에서 이를 화려하게 펼쳐내 보였다.
이에 비해 영화 '황진이'는 '인간 황진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놈이를 떠나보내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송도 황 진사댁 별당아씨 진이는 놈이와 소꿉친구처럼 지낸다. 말없이 연등행사를 데려갔다는 이유로 놈이는 진사로부터 매질을 당한 후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놈이는 건장한 청년이 돼 진사가 세상을 떠난 후 다시 찾아와 진이 옆에 머문다. 진이 어머니는 '네 아버지가 몸종에게서 낳은 자식'이라며 내친다.
송도 최고의 기생이 된 진이를 신임사또가 눈여겨본다. 놈이는 어느새 화적떼 두목이 돼 있다. 부잣집과 관아를 털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준 까닭에 놈이를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졌다. 놈이가 진이의 기둥서방이었다는 사실을 안 사또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놈이를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영화 전반부 황진이가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진이와 놈이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흘러간다.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스토리 전개가 밋밋하고 이야기 구조는 평면적이며 '황진이'와 '놈이'의 내러티브에도 신선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적잖다.
반면 볼거리는 풍부하다. 화려한 원색이던 기존 황진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무채색톤으로 표현, 역설적으로 신선감을 풍겼다. 절경이나 고증을 통한 세트도 훌륭하다. 금강산 장면은 웅장함을 전해준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1990년대 새로운 사랑의 소통 방식을 소개했던 장윤현 감독은 16세기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 억압된 삶을 헤쳐나갔던 황진이의 당당한 사랑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 작가 홍석중 씨의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계속 언급해왔다.
영화 '황진이'가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3'에 밀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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