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모 교수는 지난해 정부 공모과제에 응모하기 위해 경북도내 한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들고 대구시를 찾았다가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대구 기업과 연계한 사업계획을 만들라는 주문을 받고 발길을 돌렸다. 대구·경북이 경제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시·도의 경계'는 분명하다. 단발적 정책공조는 있었지만 경제통합의 길은 멀기만 하다.
◆핵심은 따로 가는 시·도
지능형자동차부품산업을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주력 업종으로 등장한 자동차부품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능형자동차부품산업 육성에 목을 매고 있다. 경북도는 전자 및 자동차 부품 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유비쿼터스 임베디드센터'를 중심으로 기술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시·도가 상대방과 협력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력단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모바일·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구미, 경북은 대구를 연계한 전략산업계획을 만들고 있지만 일종의 '끼워넣기'식 계획에 그치고 있는 실정.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원장과 김남일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사무국 국장은 "동일 경제권인데도 전략산업 배치 및 계획이 별개로 진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책수립단계에서 중복과 과당경쟁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역량 못내는 R&D 기관
대구·경북에는 5천600여 개의 바이오업체가 있고 대학부설 연구소 32개, 정부지원 연구기관 18개,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대학 학과·인력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바이오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구 및 지원기관들의 기술개발과 연구결과물이 기술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시·도에는 국·시(도)비를 지원받는 경제·과학연구개발 기관과 클러스터사업단 등 외부 지원을 받는 대학의 R&D 기관까지 포함하면 100여 개가 넘는다. 이들 기관의 인프라 조성 및 연구비만 연간 5천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경제통합의 핵심은 경제를 좋게 하자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며 "시·도의 수많은 R&D 기관의 기업 지원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과 우동기 경북테크노파크 이사장은 시·도가 정책기획 및 수립을 공동으로 하고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시·도 테크노파크와 전략산업기획단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크노파크를 통합하면 별도의 재정확보와 통합기구 없이도 기업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대구·경북의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또 테크노파크 내 시·도전략산업기획단 통합으로 정책중복과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정규석 DGIST 원장 등 다수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국책과제 및 중장기정책 수립을 위해 부시장·부지사가 참여하는 가칭 '중장기정책공동추진단'을 만들고 R&D 기관의 연구를 실질적인 기업지원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대구·경북산학협력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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