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제12회 '바다의 날'이다. 이 날을 '바다의 날'로 정한 것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張保皐)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828년 완도의 청해진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일대의 해상무역권을 장악하고, 국제정치력을 발휘한 장보고 대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이점을 잘 활용하고 해양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대표적인 선각자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활동으로 세계 11위의 무역대국, 세계 1위의 조선국, 세계 9위의 선박보유국으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110여 척의 대형선박이 부산항에 입·출항하면서 주요 원자재와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들을 실어 나르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들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대구지역은 내륙도시로 바다를 멀리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경북지역은 넓은 동해안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지만 수출상품들을 해외로 직수송할 수 있는 해양통로가 없었다. 2009년 8월이 되면 영일만항 민자 컨테이너 부두가 준공돼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환동해권 해양통로가 열리게 된다.
이와 병행하여 해양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 경상북도 내 해양정책과를 신설함으로써 해양정책 수립과 해양개발을 위해 해양수산부와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은 신해양시대를 맞아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지역의 환동해권 해양통로가 될 포항 영일만에서 제12회 바다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것은 지역민으로서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지역에서 직접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해양통로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국가별·지역별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환경 하에서 해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갖추고 있다면 이웃 국가 및 도시 간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향유할 수 있다.
물류통로의 확보는 교역 및 교류의 증대를 촉발시키고, 이것을 바탕으로 국가 간, 도시 간 협력을 촉진시킨다. 환동해권은 에너지·광물 등 자원이 풍부하고, 국제관광벨트의 조성, 국제물류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한 성장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이들 지역과의 직교역 통로 구축은 대구·경북의 해외투자유치는 물론,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의 수출입 화물이 지역 항만을 이용하게 되면 그에 따른 관련 산업의 발전과 물류 부가가치의 창출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생산기업과 물류기업 간 효율적인 공급 사슬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제품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영일만항이 지역의 산업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로 항만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항만은 거점항만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화주가 항만을 선택할 때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 선박의 기항 빈도, 운송비용, 이용의 편의성을 최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지역기업 밀착형 서비스가 요구된다. 두 번째로 영일만항 배후단지를 수요자 중심형의 물류단지로 개발해 복합적 물류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정보물류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u-Port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로 영일만항과 경쟁 항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산항·울산항 등과 화물 유치를 위한 경쟁과 협력(co-opetition) 전략이 요구된다. 화물 및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지만 항로특화, 연계수송망 확보, 정보교류 분야에서는 적극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지역의 수출입 화물의 90% 정도가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 화물을 영일만항으로 유도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영일만항이 잘 짜여진 시스템을 갖춘 기존 항만들과 경쟁하여 환동해권의 물류통로로서 성공적으로 정착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의 관문으로, 대구·경북의 경제적 성장의 발판이 되는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구·경북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경북도 해양개발정책 자문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